가수 출신 조진원 연대 교수 강의 "인기 폭발"

생물학과 교수가 노래방에서 수업한다? 언뜻 봐도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지만 엄연히 서울 유명 대학의 올해 2학기 수업계획서에 올라와 있는 내용이다.

이 특이한 대학 수업의 주인공은 조진원 연세대 시스템생물학과 교수(54·사진). 조 교수는 연세대가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개설하는 교양강좌 '프레시맨 세미나'의 하나로 노래방 수업을 기획했다.

'대중음악과 함께하는 대학생활'이란 제목의 이 수업은 강의실이 아닌 서울 신촌의 한 노래방에서 격주로 열린다. 신입생들이 노래를 맛깔스럽게 부르는 방법을 배우고 스스로 음악을 만들며 그 과정에서 다양한 친구와 선배들을 사귀도록 돕는 것이 수업의 목표다.

음대 교수도 아닌 생물학과 교수인 그가 노래방 수업을 만든 사연이 재미있다.

조 교수는 "고운 꿈을 싣고 날아라 한 점이 되어라"라는 후렴구로 유명한 1970년대 후반 히트곡인 라이너스의 '연' 을 작사·작곡한 실력파 가수다. 대학생 신분으로 참가한 1979년 'TBC 젊은이의 가요제' 에서 이 노래로 우수상과 작사상을 받았다.

생물학도였던 조 교수는 취미 삼아 시작한 작사·작곡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가요계에 입문하게 됐다. 같은 해 홍종임과 함께 부른 '사랑하는 사람아' 가 인기를 끌었고, 대학원 진학 후에는 CBS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 '꿈과 음악 사이에서'를 1년간 진행하기도 했다.

지금은 생물학 연구자의 길에 전념하고 있지만 직접 강의하는 교양수업을 통해 젊은 시절 그를 꿈꾸게 했던 음악과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노래방 수업은 학생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조 교수가 수업을 첫 개설한 2002년부터 10년째 꾸준히 연세대 학생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수강신청을 하려면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한다. 특히 2008년 SBS 예능 프로그램 '패밀리가 떴다'에서 조 교수의 노래 '연'이 전파를 타며 수강신청 경쟁률이 더 높아졌다.

워낙 인기가 높다 보니 수강신청 절차도 까다롭다. 수업의 정원은 단 6명. 그마저도 18명을 우선 선발한 뒤 자기소개서 평가를 통해 9명으로 추리고 면접까지 거쳐 최종 6명을 뽑는다.

조 교수는 "과학을 전공하는 교수는 딱딱하고 차가울 것이라는 선입견을 깨고 싶어 노래방 수업을 개설했다" 며 "교수와 학생, 학생과 학생 간 소통을 도와 신입생들이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고 학교에 대한 소속감도 높이는 재미있는 수업을 만들고 싶었다" 고 귀띔했다.

"지난 학기에는 수강신청 시작 3초 만에 마감됐는데 이번에는 얼마 만에 마감될지 궁금하다"는 그는 "수업 평가는 학생들이 얼마나 열심히 노래방에 '출석'했느냐, 그리고 얼마나 창의적으로 잘 놀았느냐에 달려있다"며 웃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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