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간벽지에 영화관을 짓기 시작한 지 벌써 4년이 지났네요. 이번 극장이 55번째입니다.”

이달 중순 울릉도 군민회관에 ‘디지털 문화관’ 개관을 앞두고 있는 문화기업 부민의 황의준 부회장(41·사진). 그는 2008년 2월 육군과 ‘군장병을 위한 문화나눔운동’이라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21사단에 첫 ‘극장’을 선물한 이후 4년6개월 만에 55번째 개관식을 앞두고 있다.

디지털 문화관 사업은 산간벽지 군부대 등에 가로 10m 이상의 대형 스크린과 디지털 영사기, 5.1채널의 음향시스템을 갖춘 소형 극장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해당 부대가 제공하는 건물 크기에 따라 규모는 120석에서 2000석까지 다양하다. 장병과 주민들을 위한 최신 영화가 매주 상영되고, 영화 상영 후에는 시 낭송, 명사들의 이야기, 미술작품과 해설 등 다양한 콘텐츠가 담긴 영상을 보여준다.

최근 서울 삼성동 부민 스튜디오에서 황 부회장을 만났다. 먼저 문화관 설치 비용이 궁금했다. “문화관 하나 만드는 데 1억원 정도 듭니다. 지금까지 50개가 넘었으니 비용은 뭐, 하하… 지금은 투자라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손익분기점을 맞춰볼 날이 오면 좋겠네요.” 국내 몇몇 기업의 후원을 받고는 있지만 비용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 수익을 많이 내진 못해도 손해는 보지 않는 사회적 기업 ‘아름다운 가게’가 사업 롤모델이라고 말했다.

문화 기업을 만든 까닭을 물었다. “1990년 후반 인터넷 사업을 접고 아버지 일을 돕던 중 2005년 인도 출장을 가게 됐는데, 거기서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하는 ‘불가촉천민’ 아이들을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한국에 돌아와 5살짜리 아들과 뮤지컬을 보러갔는데 그 아이들 생각이 나더군요. 그날 결심했습니다. 인도까지는 못 가더라도 한국의 산간벽지에 있는 아이들에게 영화·공연을 보여주는 일을 하자고요.” 황 부회장은 1997년 회원수 180만명의 ‘노컷’이라는 인터넷 방송국을 운영했던 촉망받던 벤처 사업가였다.

“이 정도면 사업이 아니라 기부 아니냐”는 질문에는 그만의 비즈니스 마인드를 들려줬다. “이런저런 사업을 하면서 꽤 큰 성공도 해봤지만, 돈을 많이 버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더라고요. 떳떳해야지요. 우리 아들 딸에게 부끄럽지 않은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너희들도 크면 이런 일을 하라고 말이죠.” 이어 삶의 소망이라며 말했다. “시골에서 문화 혜택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수십만명입니다. 군인은 1년에 약 30만명이 제대하고요. 이들 중 제가 만든 문화관에서 본 영화 한 편, 시 한 편이 훗날 인생을 바꿨다고 말하는 사람이 조금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국제아동후원단체인 플랜코리아에 가입해 15년째 15명의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황 부회장. 그는 한국문화원과 손잡고 글로벌 문화나눔 사업도 펼치고 있다. 그 첫 결실로 2010년 9월 미국 워싱턴DC 인근 애넌데일 한인타운에 ‘해외동포 문화관’ 1호를 설립, 기증하기도 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