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찾은 경기 고양 삼송지구 A8블록 주변 도로는 소음과 먼지로 가득했다. 이곳에 지어진 현대산업개발의 ‘삼송 아이파크’ 아파트가 이달 말 이 지구에서 처음으로 입주하지만 주위엔 변변한 슈퍼마켓 하나 보이지 않았다. 올해 2학기 개교 예정이었다가 각각 내년 3월과 8월로 개교가 미뤄진 A8블록 고양삼송4초등학교와 삼송3중학교는 뼈대도 채 올라가지 않았다. 수변공원이 들어설 예정이던 공릉천 변도 공사판이었다. 입주를 앞두고 이날 현장을 방문한 박모씨(43)는 “당장 아이들을 보낼 학교도 없고 생필품을 사려면 은평구까지 가야 한다”며 “공사판에서 어떻게 살란 말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경기 악화에 기반시설 조성도 난항

삼송·원흥·동산·오금·신원동 일대 506만9000㎡ 대지에 조성된 삼송지구엔 2만2132가구의 아파트가 들어선다. 2006년 12월 개발을 시작해 올해 말 완료될 예정이었다.

이달부터 연말까지 현대산업개발의 삼송 아이파크를 시작으로 호반건설·계룡건설·동원개발 등이 지은 일반분양 아파트 4416가구가 입주한다.

삼송지구는 은평뉴타운과 지하철로 2개 정류장 거리인 데다 주변 환경이 쾌적해 ‘은평뉴타운 4지구’로 불리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경제성이 떨어지는 일부 조성 사업을 지연하거나 취소했다. 택지를 분양받은 개별 사업자들의 사업 포기도 잇달았다. 방송영상산업의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삼송브로멕스’ 사업은 자금 마련을 못해 작년 7월 좌초됐다. 올해 완공 예정이던 ‘크린넷 시스템(쓰레기를 지하 관로로 이동하게 하는 시스템)’의 경우 실효성과 비용 문제를 이유로 고양시가 계획을 취소했다. 올해 말까지 수변공원으로 조성하려던 창릉천·공릉천의 정비 사업도 지지부진하다.

오는 8월 입주하는 21블록 호반베르디움의 한 청약자는 “분양 당시 약속했던 동사무소, 도서관, 보육시설 등은 온데간데없다”며 “주변 부동산에서 전화가 와서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최소 10% 붙었는데 팔 의향은 없느냐’며 약을 올릴 정도”라고 말했다.

삼송지구 입주예정자들은 이달 초부터 고양시청 앞에서 학교 개교 시점인 내년으로 입주를 미뤄줄 것을 요구하며 1인 릴레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고양시·LH “내년까지 기반시설 조성”

고양시와 LH는 약속한 기반·편의시설을 내년까지는 완성할 예정이다. LH 고양직할사업단 개발사업부 관계자는 “신규 택지개발지구 조성사업의 특성상 유관기관과 협의사항이 많아 기반시설 조성이 조금 늦어졌다”며 “공원, 도서관, 보육시설 등 당초 LH가 자체 계획한 시설들은 올해 말까지 모두 완료될 것”이라고 말했다. LH는 고양시 교육청과 협의해 신원초·삼송초·고양중·고양고 등 인근 학교까지 무료 셔틀버스를 운영하는 것을 검토하는 등 입주민 지원책도 마련하고 있다.

한 시공사 관계자는 “LH 측에 기반시설 조성에 속도를 내달라고 계속 요청하고 있지만 LH의 자금사정이 나빠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며 “공사 완료된 아파트의 입주 시기를 뒤로 미루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이사 지원 등 입주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