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주를 중심으로 주가연계증권(ELS) 매도 물량이 부담으로 떠오르고 있다. 주가가 하락하면서 관련 ELS가 ‘녹인배리어(손실발생구간)’에 접근하고 있어서다. ELS 기초자산으로 인기몰이를 했던 호남석유 SK이노베이션 등은 추가 하락 시 변동폭이 일시적으로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올초 조기상환된 ELS가 적지 않아 물량 부담은 제한적이란 지적도 있다.

◆평소엔 ELS가 안전판이지만…

국내 ELS의 대부분은 ‘스텝다운’ 구조다. 기초자산이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하면 만기에 정해진 수익률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기초자산 가치가 가입 시점의 ‘반토막’이 되지 않는 한 수익을 낼 수 있다. 지난 3월 발행 규모가 5조5880억원에 달했을 정도로 인기를 끈 비결이다.

ELS를 발행한 증권사는 위험 회피(헤지)를 위해 기초자산이 상승하면 보유비중을 줄이고, 하락하면 비중을 늘린다. ELS 발행이 많은 종목은 이 과정에서 주가 변동폭이 줄어든다. 문제는 저점을 이탈하며 급락할 때다. 주가가 손실발생구간에 접근하면 증권사가 헤지용으로 보유하던 물량을 털어내면서 추가적인 부담을 받을 수 있다.

심상범 대우증권 연구원은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사태로 주가가 급락할 때는 삼성SDI가, 지난해 하반기에는 LG전자 등이 ELS 헤지 물량 부담을 겪었다”고 말했다.

◆호남석유 등 ‘녹인배리어’ 근접

최근엔 일부 화학주가 영향권에 직면해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지난해 주가가 21만~23만원일 때 ELS가 주로 발행됐다. ‘녹인배리어’가 설정 당시 주가의 60%라고 가정할 때 13만8000원 이하에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14일 주가는 14만3000원까지 내려 불과 3.5%를 남겨놓았다.

호남석유화학은 손실발생구간이 집중된 23만4000원까지 6.2%, LG화학은 25만2000원까지 8.2% 격차를 보이고 있다. OCI는 지금보다 주가가 13.1% 하락하면 ELS에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이후 관련 ELS가 207건(4월 말 기준) 발행될 정도로 ‘단골’ 기초자산이었고, LG화학(197건) OCI(190건)도 ELS 설정 규모가 큰 편이다. 대부분 지난해 상반기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 장세에서 급등했다가 주도주로 복귀하지 못한 종목들이다.

◆‘매물 폭탄’은 되기 어려워

이번 ELS 물량 규모는 제한적이란 진단이 많다. 성수연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상반기 발행된 ELS 상당수가 하반기 주가 급락과 함께 ‘녹인’돼 남은 물량 부담은 적은 편”이라며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10월 11만7000원까지 하락하며 이미 손실이 발생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남은 ELS 가운데 상당수는 올해 1분기 반등장에서 활발하게 조기상환됐다. 그는 “지난 2~3월 수익을 확정한 후 조기상환된 ELS만 2400여건”이라며 “올초 발행된 ELS는 만기가 충분히 남아 있어 증권사의 헤지 수요가 적다”고 분석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주가가 급락한다고 ELS 헤지 물량 부담이 무조건 커지는 것은 아니다”며 “ELS 발행 물량이 많으면서 조기상환 물량이 적었던 STX조선해양, 현대증권, KT 등을 더 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 녹인배리어

knock in barrier. 손실발생 경계점. 주가연계증권(ELS)의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구간을 뜻한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기초자산으로 삼고 50%의 녹인배리어가 설정된 원금비보장형 ELS의 경우 둘 중 하나의 주가가 50% 이하로 내려가면 원금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