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평규 S&T그룹 회장은 소통의 달인이다. 직원들과 항상 소통하길 즐기는 사람이다. 현장중심 경영을 하기에 항상 작업복 차림이다. 회장이 됐으면 변할 법도 한데 초심을 잃지 않는 변함없는 사람이다. 그런 그의 지나온 발자취가 이 책 《뜨거운 노래는 땅에 묻는다》에 고스란히 묻어 있다.

책을 읽기 전 책표지 사진을 유심히 봤다. 평소 옆집 아저씨처럼 소탈하게 웃는 얼굴이 낯설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다시 사진을 봤을 때는 왠지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 웃음 뒤엔 수없이 많은 고통과 시련이 감춰져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내내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했다. 최 회장이 바로 앞에서 내게 말을 건네는 듯했다. “청소년 시절 문학이 유일한 위안이었다”는 말을 실감케 했다. 무얼 해도 이렇게 잘하나 시샘이 날 정도였다.

책의 제목만을 보고 내용을 가늠하기는 어려웠다. 어떻게 책의 제목을 붙였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참 아프고 슬픈 제목이다. 사람을 살리기 위해 인수·합병(M&A)한다는 것이 최 회장의 경영철학이다. 하지만 통일중공업은 M&A 이후에도 예전의 악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최 회장의 인형을 만들어 화형식과 상여식을 하는 것을 창문 너머로 보며 청마 유치환의 시 ‘뜨거운 노래는 땅에 묻는다’가 떠올랐다고 한다. 차오르는 뜨거움을 얼마나 삼켰을까. 그리고 얼마나 큰 상실감과 아픔을 묻어야 했을까….

외환위기 이후 지금까지도 많은 기업인이 힘들어하고 있다. 실의에 빠져 있다. 어쩌면 다시 시작할 엄두조차 못 내는 이도 많을 것이다. 또한 계속된 경기침체로 젊은이들은 일자리가 없어 힘들어하고 있다. 학자금 대출 상환이라는 감당하기 어려운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가는 이들 또한 많다.

지금의 최 회장이 있기까지 수많은 역경과 위기를 이겨낸 그의 경영 스토리에서 모두가 용기를 얻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는 화재로 기계를 잃기도 했고, 대기업으로부터 갑작스러운 거래 중단 통보도 받았다. 노조와의 대립으로 몸이 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만들었다. 불에 탄 기계를 분해해 새로운 기계를 만들었고, 해외로 눈을 돌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나갔다.

어쩌면 우리는 그를 단순히 운이 좋은 사나이로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위기가 누구에게나 새로운 기회는 아닐 것이다. 노력 없는 행운도 분명 없다. 그의 성공은 항상 준비돼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끊임없는 노력이 밑바탕이 됐기에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도 최 회장은 언제나 다시 일어설 수 있었을 것이다.

‘마치코바’(작은 철공소란 뜻의 일본말) 사장에서 그룹 회장이 되기까지 지난 33년 동안 그가 흘렸을 땀과 눈물을 책 속에서 찾을 수 있다. 그의 도전정신과 배짱, 열정을 배워 보자. 그를 한번 따라해 보자. 분명 새로운 시작의 빛이 보일 것이다.

지금 절망하고 있는 수많은 기업인과 젊은이들이여! 갖은 역경과 시련을 견뎌낸 최 회장의 성공 스토리를 거울삼아 ‘다시’란, ‘시작’이란 단어를 가슴에 한번 새겨보자. “젊다는 것은 아직 기회가 충분히 많다는 것”이라는 최 회장의 말처럼 용기를 가져 보자. 꿈과 희망을 다시 가져 보자. 그리고 “뿌린 대로 거둔다”는 최 회장이 말하는 아름다운 정의의 원리를 마음속에 새기자. 노력하지 않는 자에게 결실은 없다.

최충경 < 경남스틸 대표 창원상공회의소 회장 ·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