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이모티콘, 아이폰이 더 비싼 이유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카카오톡의 유료 이모티콘(사진) 가격이 스마트폰 기종에 따라 달라 논란이 되고 있다. 애플의 배타적인 결제시스템 때문에 아이폰 이용자는 안드로이드폰 이용자보다 더 비싼 가격에 이모티콘을 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음악 게임 등 많은 유료 콘텐츠들이 같은 이유로 서로 다른 가격에 거래된다. 앱스토어 결제시스템에 대한 국내 업체와 소비자들의 불만은 끊이지 않고 있지만 애플은 끄떡도 하지 않고 있다.

◆애플 배타성, 다시 논란

카카오톡은 지난해 11월29일부터 유료 이모티콘 서비스를 시작했다. 다양한 캐릭터를 이모티콘(emoticon·특수기호, 그림 등으로 감정을 표시하는 것) 형태로 바꿔 이용자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다. 강풀 이말년 등 웹툰 작가의 작품을 비롯해 걸그룹 소녀시대, 카라 등의 다양한 이모티콘을 내놓고 있다. 세트당 12~24개의 이모티콘들을 이용하려면 돈을 내야 한다.

하지만 동일한 이모티콘일지라도 애플 앱스토어의 판매 가격은 구글 안드로이드마켓보다 비싸다.

아이폰의 애플 앱스토어에서는 0.99달러, 구글 안드로이드마켓에서는 1000원에 판매되고 있는 것. 지난해 평균환율(1달러=1127.5원)로 따지면, 아이폰 이용자는 안드로이드 계열 스마트폰 이용자보다 127.5원 더 비싸게 동일한 이모티콘을 구입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카카오 관계자는 “애플 결제시스템(앱 내 결제·In App Purchase)의 강제성 때문에 가격 차가 생긴 것”이라며 “애플은 유료 아이템의 최저 가격을 0.99달러로 명시하고 있으며 원화 결제는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원화 표시 가격을 환율에 맞춰 변화시킬 수는 있지만 국내 소비자들에게 ‘1000원’이라는 가격이 갖고 있는 상징성과 파급력을 감안하면 굳이 애플을 의식해 원화 가격을 변동시킬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애플과 달리 안드로이드마켓은 원화 결제는 물론 휴대폰 결제 등 다양한 결제 방식을 허용하고 있다. 카카오는 안드로이드마켓에서 휴대폰 결제 대행업체 다날을 통해 이모티콘을 판매한다. 다날의 모바일 콘텐츠 결제 대행 수수료는 판매금액의 10%. 따라서 카카오는 이모티콘 하나를 판매할 때마다 900원을 가져간다. 반면 앱스토어의 수수료는 30%나 돼 이모티콘 한 개당 수입은 789원에 불과하다.

◆위안화는 되고 원화는 안된다?

이 같은 사정은 다른 업체도 마찬가지다. 애플 앱스토어에서 앱을 판매하는 상당수 업체가 애플의 고집스런 결제 방식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아이폰 이용자도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있다. 음악서비스 앱 ‘벅스’를 운영하고 있는 네오위즈인터넷의 경우 애플 앱스토어에서는 1개월 사용권을 5.99달러에 판매하지만 안드로이드마켓에서는 동일한 사용권이 5000원이다. 안드로이드마켓의 저렴한 결제 시스템을 활용하는 만큼 1000원 이상 더 싸게 팔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게임 앱을 서비스하는 업체들도 비슷한 애로를 겪고 있다. 게임 앱 ‘에브리팜’ ‘아니마’ 등을 출시한 NHN 한게임, ‘티아니팜’의 컴투스 등은 애플이 정한 가격대에 따라 아이템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강희원 컴투스 팀장은 “0.99, 1.99, 2.99달러처럼 애플의 가격 정책 때문에 ‘.99’에 맞춰 아이템을 판매할 수밖에 없고 안드로이드마켓의 아이템 가격도 1000원, 2000원 등의 큰 단위로 가격을 정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애플은 유럽연합(EU)의 유로화, 영국 파운드화, 일본 엔화에 이어 최근 중국 위안화 결제를 허용했지만 한국 원화에 대해서는 유독 문을 닫고 있다. 애플 코리아 관계자는 “애플 본사의 정책에 대해 우리는 아무것도 아는 게 없다”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