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학년인 김진우 군은 엄마가 베트남 출신이지만 올초까지는 베트남 말을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엄마가 한국말을 배워 한국말을 쓰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 간단한 인사 정도는 엄마와 베트남 말로 주고 받는다. 하나금융이 마련한 '하나키즈오브아시아'프로그램에 참여해 베트남 말을 배운 덕이다. 김군은 엄마 나라 말을 배우면서 엄마와 가족을 더욱 소중하게 생각하게 됐다. 김군의 엄마 웬디두 씨도 "베트남 처가와 1주일에 두세 번 전화하는 데 진우가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한테 베트남 말로 '건강하세요,보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 너무 기뻤다"며 "아이들이 더 이상 엄마를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하나키즈오브아시아는 하나금융이 국내 거주하는 다문화가정 자녀들에게 양국 부모 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도록 한 프로그램이다. 2008년 서울에서 시작한 이 프로그램을 찾는 다문화 가정이 늘어남에 따라 2009년 인천,2010년 안산 등으로 확대 운영되고 있다.

◆자연스런 다문화 가정 돕기

하나금융은 하나은행,보람은행,충청은행,서울은행,대한투자신탁 등 다양한 회사가 합쳐서 생겨난 조직이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하나금융의 사회공헌은 '다양성 추구'가 특징이다.

하나금융은 국내 거주 외국인 120만명 시대를 맞아 다문화에 관련된 여러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동안 다문화 자녀용 동화책과 다문화 이해 도서를 5만5000권 제작해 무료로 나눠줬다. 지난 5월에는 다문화가정 어린이 그림그리기,글짓기 대회도 개최했다. 수상 어린이 30명과 그 가족들을 용인 에버랜드로 초청해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지난 6월 말에는 하나다문화센터 '다린'의 문을 열었다. 다린은 하나은행 서울 삼선교지점 3층에 마련돼 다문화가정과 이주외국인을 위한 문화공유의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하나금융의 사내동아리 '레인보우'는 다문화가정을 이해하고 이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자발적으로 결성된 동아리다.

◆찾아가는 하나미소금융재단

무대의상 디자이너 김정은 씨(42)는 지난해 8월 하나미소금융재단의 도움으로 서울 부암동에서 '겹'이라는 이름의 전문 의상실을 열었다. 국내에 11개 기업과 은행들의 미소금융재단이 있지만 가난한 예술가를 지원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김씨는 20여년간 무대의상 디자인 제작을 해 왔지만 벌이가 신통치 않았다. 특히 계절별 수입의 부침이 심했다. 성수기 몇 달간은 월 수백만원을 벌었지만 비수기 땐 주문이 뚝 끊겼다. 김씨는 "연극이나 뮤지컬에 들어가는 무대의상을 해 주고도 10번 중 4번 정도는 나중에 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던 김씨에게 하나미소금융재단이 찾아왔다. 김씨는 상담을 거쳐 창업임차자금 2000만원을 연 4.5%의 금리로 지원받아 의상실을 꾸리게 됐다. 미소아카데미에서 창업교육도 받았다. 김씨는 "미소금융을 받은 이후 삶의 태도가 달라졌다"며 "과거엔 주어진 일감이 없을 땐 멍하게 시간을 보냈지만 이젠 일을 찾아 나서거나 기술을 더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미소금융재단은 2009년 12월 설립돼 올해 8월 말까지 1464명에게 135억원을 지원했다.

◆지속가능한 사회공헌에 중점

하나금융의 사회공헌은 구호나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금융회사로서 지속 가능한 사회공헌을 시행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올해 하나금융은 '바보의 나눔'이라는 고 김수환 추기경의 '나눔 정신'을 계승한 사회공헌 상품을 출시했다. 통장,적금,체크카드로 구성된 이 상품은 가입좌수당 100원의 기부금을 하나은행에서 자체 출연해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쓰이게 된다.

또 '어린이경제교육뮤지컬'과 '청소년금융교실'을 통해 우리 아이들의 건강하고 올바른 경제관념 형성을 돕고 있다. 2008년 3월엔 금융업계 최초로 어린이 경제교육 사이트인 하나시티(www.hanacity.com)를 열어 운영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은행권에서 유일하게 공익신탁 업무 취급 허가를 받아 1971년부터 지금까지 총 113억원의 공익신탁 수혜금을 이웃에 전달했다. 이 상품은 고객의 선택에 따라 원금과 이자수익금,또는 원금을 제외한 이자수익금에 대한 기부가 가능한 신탁 상품의 일종이다.

하나금융은 국내 기업 처음으로 노인요양복지시설을 건립해 운영하고 있으며 역시 최초로 국공립보육시설을 위탁 운영하고 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