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에 재패나이제이션(Japanization)과 차이나플레이션(Chinaflation)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1990년대 이후 일본의 복합불황과 비슷한 형태의 경기침체가 전 세계를 덮치고,여기에다 중국발 인플레이션의 고통마저 함께 찾아올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이다.

◆'잃어버린 20년'의 공포

더블딥(짧은 경기 회복 후 재침체),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인플레이션) 등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단어 목록에 새로운 말이 추가됐다. '재패나이제이션'이다. 미국과 유럽 주요 국가들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뒤따라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1일 "재패나이제이션이 새로운 공포의 단어가 됐다"고 보도했다. 2003년 이후 최근까지 미국 영국 독일 등의 국채 수익률 그래프가 1988~1996년 일본과 흡사하다는 것이다. 1980년대 말 4%대였던 일본 국채 수익률은 8%까지 치솟았다가 빠르게 떨어져 2%대로 추락했다. 2003년 이후 3~4%대였던 미국과 영국 국채 수익률도 나란히 5%대에서 꼭지를 찍고 최근 2% 안팎까지 내려앉았다.

무디스가 1998년 일본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낮췄음에도 일본 국채로 자금이 계속 몰린 것도 최근 미국의 상황과 비슷하다. 영국 투자회사 스탠더드라이프의 앤드루 밀리건 수석전략가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증시 침체,자산시장 붕괴,은행 부실,디플레이션,제로(0) 금리,정치 불안,낮은 출산율,과도한 국가부채 등 과거 일본과 지금 서구 경제의 공통점이 8개나 된다"고 주장했다.

지금이 과거 일본보다 상황이 더 심각하다는 의견도 있다. 격주로 발간되는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도 최근호에서 "1990년대부터 장기 침체에 들어갔던 일본의 전철을 미국과 유럽이 밟고 있다"고 지적했다.

◆급격한 중국 임금 상승의 부작용

중국에서 임금과 물가 상승이 되풀이되는 '차이나플레이션'이 앞으로 4~5년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1일 '차이나플레이션이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과 시사점'보고서에서 "중국에서 '임금 상승→물가 급등→임금 상승'이 반복되는 차이나플레이션이 2015년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대한상의는 그 근거로 중국 정부의 '임금 배증 계획'을 꼽았다. 중국 정부는 소득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해 근로자 평균 임금을 매년 15%씩 올려 2015년 임금 수준을 지난해의 두 배로 높인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로 인해 세계 경제 전반에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날 위험이 높아질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 긴축 여파로 중국에 대한 수출이 감소하고 국내에선 중국산 제품 가격 상승으로 물가불안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상의는 구체적인 대응전략으로 중국 투자전략을 '수출 전진기지 확보'에서 '소비시장 교두보 확보'로 바꿀 것을 제안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보다 성형 · 미용업,엔터테인먼트,유통 등 서비스업 중심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차이나플레이션과 함께 중국의 산업구조가 고도화되면 한 · 중 · 일 간 국제 분업 구조가 바뀌고 중국 경제 발전에서 우리가 얻었던 많은 혜택이 사라질 것"이라며 "정부와 경제계의 대응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박해영/이태명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