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52일째를 맞이한 SC제일은행 노사가 여전히 팽팽한 대립을 지속하고 있다. 일부 노조원들이 파업 대열에서 이탈해 복귀하고 있지만 수가 많지 않아 파업 상태가 이대로 굳어지는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SC제일은행과 노조 측의 말을 종합하면 파업에 참여했다가 스스로 지난 주말까지 복귀한 노조원은 90~130여명이다. 노조는 90명(파업 참가 인원 2600명 중 3.5%),사측은 130여명(5%)이라고 말한다. 김재율 SC제일은행 노조위원장은 "몸이 아프거나 집안 사정상 파업에서 빠졌지만 출근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어 계산이 다를 수 있다"고 했다.

금융계에서는 파업이 풀리거나 노조원 이탈이 가속화하는 어떤 '계기'가 마련되지 않는 한 이대로 파업 상태를 질질 끌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노사 양측의 대화 테이블은 7월 말 이후 없었다. 다만 지난 16일 저녁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과 리처드 힐 SC제일은행장이 만났을 뿐이다. 이 자리에서 이 위원장은 "일단 2010년도 임금단체협상(임단협)부터 합의하고 나머지 문제는 노사 태스크포스(TF)에서 논의하자"며 "위원장으로서 성실한 협의가 이뤄지도록 역할을 하겠다"고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8일에는 이성기 고용노동부 서울지방청장과 힐 행장,김 노조위원장 3명이 만날 예정이다. 하지만 큰 기대를 하기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노조는 사측이 주장하는 성과연봉제와 후선관리제도 도입,상설 명예퇴직제 철폐 등에 반대한다. 사측은 이 때문에 작년도 임금에 대한 인상분(2%)을 적용하는 임단협 내용에 합의하지 않고 있다.

김 노조위원장은 "처음이나 지금이나 사측의 입장은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다"며 "회사가 지속적인 파업을 유도하는 것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라고 했다. 반면 사측은 "상설 명예퇴직제도와 후선 발령제도 등을 모두 시중은행 수준으로 맞추자는 것인데도 노조가 전혀 양보를 하지 않는다"고 맞서고 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