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1ℓ에 2000원 선을 넘어섰다. 가뜩이나 어려운 살림살이에 주름이 깊어지고 있다. 그래도 요즘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돈만 내면 기름을 가득 채울 수 있으니 말이다. 천금으로도 기름을 살 수 없는 세상에 대비해야 한다. 지금 소비 추세라면 40년 뒤 석유 매장량이 바닥을 드러낸다는 예측이다.

대부분의 물건을 펑펑 쓰고 사는 세상이다. 호주 사람들은 쓰지도 않을 물건을 사는 데만 1년에 108억호주달러(12조5000억원)를 허비한다. 북미지역에서 사용하는 물건의 99%는 6개월 안에 쓰레기로 나온다. 그나마 쓰레기의 절반은 사서 한 번도 안 썼거나 거의 사용하지 않은 것이라고 한다.

이런 전 세계적 '과잉소비'와 무분별한 폐기라는 엔진은 언제까지 돌아갈 수 있을까. 자원이 완전히 고갈되기도 전에 쓰레기로 덮인 지구가 먼저 질식하지는 않을까.

《위 제너레이션(WE Generation)》은 빠르게 확산 중인 신소비 행태와 사회 관계에서 희망을 발견한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개인의 이기적 욕구와 사회의 공적 이익을 모두 충족시키는 새 세대를 조명한다. 그 속에서 다음 10년의 비즈니스 기회를 펼쳐 보인다.

저자는 20세기를 '소비'와 '광고' 시대로 정의한다. 새것에 비정상적으로 집착하며,제조업체의 '의도적 진부화' 전략에 매몰된 세대다. 21세기의 특징은 '관계'와 '협동'으로 요약한다. 인터넷과 네트워크 기반에 발을 딛고 있는 신인류 특성이 그렇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들을 협동하고 소통하는 경제 주체란 의미의 '위 제너레이션'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물물교환,공동 소유,협동 소비에 열광한다. 전에는 없던 커뮤니티를 만들고,필요한 것을 주고 받으며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CD를 사는 것보다 멜론에 접속하듯이 '소유'보다는 '공유''사용''접속' 등을 친숙해 한다. 관계를 맺어 소통하며,구매하고 생활하는 과정에 필요한 것은 스마트폰 하나면 충분하다. 이런 환경 한편에 거대한 비즈니스 기회가 있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설립된 지 10년밖에 안 된 미국의 차량 대여업체 '집카'가 대표적이다. 집카는 자동차를 만들어 팔지도 수리하지도 않는다. 벤츠,볼보,포르쉐 등 단지 '공유'할 뿐이다. 회원 가입비 75달러,시간당 사용료 8달러로 수익을 얻는다. 2009년에만 1억3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미국 내 자동차 판매가 내리막 길을 걷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캐나다 몬트리올시가 운영하는 공공자전거 '빅시'도 공유 개념을 우선하는 좋은 사례다.

물물교환 중개사이트인 '스와프트리'에서는 필요한 물건을 교환할 수 있다. 쓰지 않지만 버리기는 아까운 물건을 들고 전 세계 회원을 만날 수 있다. 자신이 필요한 물건도 고를 수 있다. 물건 이름을 넣기만 하면 된다. 550만개 물건 중 필요한 물건이 0.06초 만에 뜬다.

온라인 대출 중개사이트인 '조파'도 유명하다. 신용카드 연체율이 10% 내외인데 조파의 연체율은 0.65%에 불과하다. 얼굴도 보이지 않고 대출하지만 그냥 튀는 경우가 없다. 물론 계약서보다 탄탄한 평판별점제도가 보증인 역할을 한다. 장난감 도서관인 '토이런'은 어린이를 둔 가정에 장난감을 빌려줘 돈을 번다. 값비싼 장난감을 때맞춰 사야 하는 부모로서는 경제적 부담을 덜 수 있다. 자원 재활용이란 점에서 지구 환경을 지키는 사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들 기업의 목적은 물론 이윤을 내는 것이다. 기업과 소비자 자신의 소비와 만족을 충족시키는 것만은 아니다. 덤으로 자원 절약 및 지구 환경 보존에 절대적 도움을 준다.

저자는 "우리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쫓다가 우리에게 좋은 것을 추구하는 사고방식으로 바뀌는 전환점에 서있다"며 "특히 사익과 공익이 서로 의존적이란 것을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