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일과 휴가
영국 글라스고대의 저명한 물리학자 윌리엄 톰슨 교수는 어느날 조수의 안색이 나쁜 것을 알아차렸다. "자네 건강이 심상치 않군.내가 처방전을 써 줄테니 그대로 따르게." 조수가 집에 가서 처방전이 든 봉투를 뜯어 보니 이렇게 쓰여 있었다. '자연의 회복력과 휴식.8일간 복용하라.'우리 주변에도 이런 상사가 더러 있을 게다. 사장이 먼저 휴가를 갔다 와서 전 직원이 맘 편히 쉬도록 하는 회사도 꽤 생겼다고 한다. 의무휴가제를 도입하는 곳도 늘어나는 모양이다.
하지만 아직은 일부다. 밀린 일 처리하랴,윗 사람 눈치 보랴 법정 휴가 일수도 다 못쓰는 경우가 더 많다. 차 막히고 물가 비싼 휴가지에서 복작대느니 시원한 사무실이 더 낫다는 '휴가 반납족'까지 있다. 로이터 통신과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지난해 세계 24개국 근로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온전한 휴가 사용' 조사에서 한국은 53%만 "그렇다"고 대답해 21위에 머물렀다. 1위는 단연 프랑스로 89%의 근로자가 "모두 쓴다"고 답했다. 아르헨티나가 80%로 뒤를 이었고,헝가리 영국 스페인 독일 벨기에 터키도 70%를 넘었다. 중국은 65%,미국은 57%였다.
휴(休)는 사람(人)이 나무(木)에 기댄 모습이다. 일하다가 잠시 나무 아래서 쉰다는 뜻이다. '좋다''아름답다'는 의미로도 사용된다. 그래서 반가운 소식을 휴문(休問)이라 했다. 허구한 날 쉬라면 그런 고역이 없지만 일하다가 잠시 얻는 휴가는 누가 뭐래도 꼭 필요한 것이다.
본격적인 휴가철이다. "바쁜 데 웬 휴가?"하는 이들이 있다면 다시 생각할 일이다. 특히 직원들 휴가에 인색한 상사들은 마음 고쳐 먹기 바란다. 마음 편히 쉬어야 일도 잘할 게 아닌가. OECD 국가 중 우리의 일하는 시간이 가장 긴 반면 생산성은 하위권인 것도 제대로 쉬지 못한 탓일지 모른다. 열심히 일했다면 눈치 볼 것 없다. 떠나라.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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