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때 백운경한(1299~1374)이라는 스님이 있었다. 어려서 출가해 전국의 사찰을 돌아다니며 수행하던 그는 50세를 넘어선 1351년 원나라에 가 임제선사의 18대손인 석옥청공 선사의 법맥을 이어받았다. 귀국 후 나옹선사의 천거로 해주 신광사 주지가 된 그는 7년 뒤 부처와 역대 조사(祖師)들의 주요 말씀을 가려 뽑은 두 권의 책을 편찬했다.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줄여서 《직지심경》이라고 부르는 책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직지심경》에 대해 아는 것은 여기까지다.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인쇄본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라는 것.하지만 이 책의 진가는 인쇄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넘어선다.

책의 원제인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은 백운화상이 부처와 조사들이 가르쳐준 마음을 깨닫는 중요한 가르침을 가려 뽑았다는 뜻.책에는 과거 7불과 인도의 조사 28명,중국 선사 110명 등 모두 145명의 가르침이 담겨 있다. 부처의 가르침에만 붙이는 '경'이라는 이름을 《육조단경》처럼 예외적으로 붙인 것은 이런 까닭이다.

《직지강설》은 불교계 최고의 강백으로 손꼽히는 무비 스님(전 조계종 교육원장)이 한문 원전을 완역 · 해설한 최초의 책이다. 무비 스님은 "선불교의 최고 지침서가 직지심경인데 사람들이 그릇만 알고 그 안에 담긴 내용은 모르고 있어 이를 세상에 알리려고 책을 집필했다"고 말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