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배달 전단지 앱에 넣은 '우아한 형제들'
사례1.집 근처에 치킨집이 새로 생겼지만 주문을 하기가 영 찜찜하다. 맛과 서비스가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가게는 신생 업체여서 인터넷에도 나오지 않는다.

사례2.피자를 시켜 먹고 싶은데 주변에는 중국집 전단지만 넘쳐난다. 반대로 자장면 생각이 간절할 때는 피자 전단지만 눈에 띈다. 전단지는 많지만 꼭 찾고 싶은 업소의 전단지는 없다.

음식을 시켜 먹고 싶을 때 일상에서 흔히 겪는 '머피의 법칙'이다.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앱 · 응용프로그램) '배달의 민족'은 이런 '미스매칭'을 해소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지난해 7월 출시돼 벌써 200만명이 이 앱을 쓰고 있다. 배달 관련 앱 중 단연 1위다. 등록된 업소만 10만여개에 이른다. 최근 엔젤투자회사인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로부터 투자도 유치했다.

◆보름 만에 매출 1억원

이 앱을 만든 김봉진 사장과 김광수 최고기술책임자(CTO)는 형제다. 그래서 회사 이름도 '우아한 형제들'이라고 지었다. 18일 기자와 만난 김 사장은 "창업 1년 만에 네이버나 114 전화안내보다 더 많은 정보망을 구축해 놓았다"며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모든 배달 전단지를 앱에 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목표는 이 정도에 그치지 않는다. 전국에서 배달서비스를 하는 모든 중소상인의 광고 플랫폼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지난달부터 시범서비스를 시작했다. 앱을 실행할 때 맨 위에 뜨는 업소로부터 월 2만원을 받는 방식이다. 시작한 지 2주 만에 매출 1억원을 올렸다고 한다. 이르면 이달 말,늦어도 다음달 중에는 손익분기점을 돌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달의 민족' 앱을 클릭하면 피자,치킨,중국집,족발 등의 음식 종류가 뜬다. 이 중 하나를 터치하면 현재 위치 주변의 모든 배달 업소 정보를 볼 수 있다. 배달 업체는 월 2만원을 내고 화면의 맨 위나 잘 보이는 곳에 정보를 노출시킬 수 있다. 소비자는 별점으로 표시된 해당 업소의 음식 평가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처음 주문을 하더라도 불안감이 덜하다.

◆소셜커머스도 도입

김 사장은 NHN을 다니면서 이 사업을 구상했다고 한다. NHN에서 디자이너로 일했던 그는 창업을 고민하면서 실력 있는 앱 개발자가 가장 절실했다. 그래서 개발자로 시스템통합(SI) 업체에서 일하는 셋째 형 광수 씨를 찾아가 같이 사업을 하자고 제안했다. 지난해 초 두 사람이 창업할 때는 개인사업자로 시작했는데 올 3월에는 법인 등록을 했다. 직원도 11명으로 불어났다.

형제는 지난해 앱을 출시하기 전 전국 전단지 광고 대행사업자들을 서울역에 모아놓고 사업설명회를 가졌다. 전국 전단지 업자들과의 네트워크를 구축한 뒤 사업을 시작한 것.그것이 네이버보다 많은 배달 업소를 등록한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배달의 민족'은 향후 소셜커머스와의 접목도 꾀하고 있다. 이 앱에서 음식 배달을 주문하면 10~20% 할인해주는 방식이다. 김 사장은 "배달 업소를 앱에 등록하면 업소별 홈페이지를 만들 수 있는 기능을 넣었다"며 "앞으로는 각 업소가 자신들의 페이지를 관리하면서 소셜커머스처럼 할인도 하고 광고도 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