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 아이디어가 기업을 벼랑으로 내몰 수 있다. "

하버드대 경영학의 대가 시어도어 레빗은 혁신 활동의 위험에 대해 이렇게 경고했다. 경영 분석이 뒷받침되지 않은 혁신은 기업에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혁신이라는 피할 수 없는 화두 앞에서 진통을 겪고 있다. 혁신과 성공의 관계를 너무 쉽게 생각하고 프로젝트를 추진한 결과다. 변화를 추구하다 안정적 기반이 무너진 조직도 있다. 현대 마케팅의 아버지로 불리는 필립 코틀러 교수는 《ER》에서 "혁신은 모기장처럼 촘촘한 운영체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돌 하나만 잘못 쌓아도 공든 탑이 무너질 수 있는 것처럼 혁신도 어느 한 부분이 흔들리면 전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것.이러한 재앙을 방지하기 위해 그는 구성원 전체가 상호작용하는 모델을 제시하며 기존의 혁신 프로세스를 재구성한다.

코틀러는 혁신의 개념부터 바로잡아야 한다며 모범사례로 자주 등장하는 애플이나 구글의 모델이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라고 역설한다.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고 시장을 재편할 정도의 변화를 혁신이라고 믿는 신화가 재앙을 부른다는 것이다. 저자는 대다수 기업에 필요한 것은 급진적 혁신이 아닌 지속성장이 가능한 점진적 혁신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많은 책들이 혁신 프로젝트를 요리과정처럼 설명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목표를 설정하고 평가하고 개발하는 순차적 방식으로는 혁신을 이뤄낼 수 없다는 것.창의성은 유추적 사고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때로는 우회하거나 앞으로 나가다가도 되돌아와야 한다. 따라서 단계에 따라 사람을 배치하기보다 구성원들의 상호작용이 일어날 수 있도록 조직을 구성해야 한다고 저자는 조언한다. 그는 마케팅 부서나 연구개발 부서에 의존하지 말고 전담 책임자를 두는 방식으로 추진하면 전사적 차원에서 혁신활동을 전개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또 혁신 조직을 뒷받침할 수 있는 평가 및 보상 문제까지 다뤄 경영자들이 두려워하지 않고 혁신을 추진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