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호사(豪奢)스럽고 또 호사(好事)스러운 사람들의 이야기다. 배우 배용준이 기획하고 인세 수익금 전액을 기부한다는 것만으로도 《와인과 사람》 이 책은 서점가에서 인기를 끌겠지만 와인에 관해 나와 있는 수많은 책과 차별화된 구성도 그 인기에 한몫할 듯하다.

저자인 소믈리에 이준혁은 사진작가 배병우를 만나 여수에서 공수해온 삼치로 초밥을 만들어 '2004 가야 소리 산 로렌조'를 기울이고,배우 임수정을 찾아가선 바닷가재 요리와 함께 미국 최고의 샴페인이라는'볼랭저'를 만끽한다. 배우 최강희를 마주하고는 아이스와인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에곤 뮐러 샤르초프베르거 리슬링 트로켄베렌아우스레제'의 달콤함을 즐기는가 하면 배용준을 만나서는 끝내 '로마네 콩티'의 코르크마저 벗긴다.

책은 "누군가를 떠올리며 와인을 선택하고,코르크를 따 향을 내고,잔에 따라 색을 담고,입에 넣어 오감을 깨우고,친구와 눈을 맞춰 순간을 꿰어 담아 '사람의 와인'을 즐기세요"라는 기획자 배용준의 말처럼 소믈리에가 유명인사를 찾아 잔을 기울이며 그네들의 삶을 들어보는 식의 에세이다. 와인이라고는 아는 것이 '샤토 무통 로칠드'밖에 없어 식사 때마다 시켰다는 배우 김현중,첫 만남에서 마신'샤토 탈보' 덕분에 사랑에 빠졌다는 첼리스트 정명화 부부의 이야기에선 미소가 머금어진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책에 등장하는 와인들이 한 병에 수십만원에서 100만원 이상을 줘야 하는 고가 와인이라는 점이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