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매매 행태 등이 잇달아 불거진 주식워런트증권(ELW)에 대해 금융당국이 '투자자 보호에 취약하고 처음부터 설계가 잘못된 시장'이라는 강한 불신감을 나타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10일 ELW시장에서 증권사(LP)와 초단타매매자(스캘퍼)들의 횡포와 관련,"개인투자자들이 판판이 깨지는 현실을 볼 때 처음부터 잘못 설계됐다는 판단을 갖고 있다"며 "카지노조차 승률이 30%는 되는 점을 감안하면 보완이 많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물론 개인투자자들의 투기적인 행태도 문제이긴 하지만 그보다는 대부분 돈을 잃을 수밖에 없게 돼 있는 구조적인 문제가 더 크다"며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다고 보고 유심히 모니터링 중"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독점력이 큰 LP 등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는 효율적인 규제장치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발언에 대해 한 전문가는 "검찰 수사 등으로 촉발된 여러 문제 제기에 증권업계와 유관기관 등이 반발하고 있는 데 대한 금융당국의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이와 관련,"ELW 계좌의 기본 예탁금을 1500만원으로 설정하는 등의 개선책을 내달부터 시행할 예정인 데다 거래도 소강상태여서 당분간 추이를 지켜보면서 근본적인 추가 대책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당장 새로운 대책을 내놓기보다 시장 상황을 봐가며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설명이다.

한편 ELW 부당거래 혐의로 기소된 12개 증권사 전 · 현직 사장들에 대한 첫 공판이 1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현대증권과 이트레이드증권의 대표가 이날 법정에 나올 예정이다. 12개 증권사는 공판에 대비해 '빅6'로 불리는 김앤장 광장 태평양 세종 율촌 화우 등 대형 로펌의 스타급 전문변호사들로 변호인단을 구성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