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일본으로,일본에서 미국으로,미국에서 파리로 옮겨 두 차례 공연을 성공적으로 해냈습니다. SM엔터테인먼트의 다음 정차 역은 과연 어디일까요. 최대 마켓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을 위시해 아시아에서 새로운 할리우드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가장 큰 시장에서 가장 큰 스타가 나오게 마련입니다. 그가 누구든 'Made by SM'이란 글자를 부착하게 될 것입니다. "

한국 가수의 사상 첫 유럽 공연을 성황리에 마친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의 말이다. 그는 K팝으로 유럽 팬들을 열광시킨 것에 흥분하지 않고 다음 전략을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 2000년 H.O.T의 베이징 공연을 시작으로 일본과 미국 시장 진출에 성공한 그는 1995년 SM 창업 당시부터 현재를 준비했고,지금은 2020년 이후의 미래를 대비해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가장 큰 마켓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스타를 만들려는 시도지요. 중국인 아티스트가 될 수도 있고 중국 회사가 될 수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SM의 문화기술(CT)로 만들어질 겁니다. 이제는 'Made in'이 아니라 'Made by'가 중요한 시점입니다. 장소가 아니라 어떤 프로듀서가 만드는지가 중요하다는 얘기죠."

그는 H.O.T로 해외에서 한국 대중가요의 붐을 촉발시켰고 이제는 '한류(Korean Wave)'라는 고유명사를 획득할 정도로 발전한 비결을 CT에서 찾았다.

"'컬처 테크놀로지'를 지칭하는 CT란 단어는 제가 약 14년 전에 정보기술(IT)과 구별하기 위해 만든 용어입니다. 저희 아티스트와 문화 콘텐츠를 갖고 아시아로 나가기 시작할 때였죠.IT가 지배하던 1990년대가 지나면 CT의 시대가 올 것으로 믿었습니다. CT는 IT보다 더 정교하고 복잡한 테크놀로지입니다. "

IT는 새로운 기술이나 솔루션,시스템이 나올 때마다 3개월 정도면 책이나 매뉴얼로 쓰여지지만 CT는 그보다 훨씬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SM은 음악을 바탕으로 한 문화 콘텐츠를 만들 때 단순한 감이 아니라 이론적이고 체계화된 기술,즉 CT를 정립하고 활용하는 회사라고 그는 강조했다.

그는 또 CT에 근거해 '한류'를 3단계로 발전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1단계의 한류가 문화상품을 수출하는 것이라면,2단계 한류는 현지 회사 혹은 연예인과의 합작(collaboration)을 통해 시장을 확대하는 전략이다.

"3단계의 한류는 현지 회사와 합작회사를 만들고 현지 사람들에게 한국의 CT를 전수하는 것입니다. 그것을 통해 현지화를 이루고,그에 따라 창출되는 부가가치를 서로 공유하는 단계지요. "

H.O.T와 보아가 중국과 일본 현지 시장에 진출하고,한국 감독과 프로듀서들이 한국어로 한국 배우들과 함께 드라마와 영화를 만들어 수출하는 것은 1단계의 한류다. 한국과 대만의 최고 스타였던 H.O.T.의 강타와 F4의 바네스가 새 유닛을 만든 것은 2단계의 한류였다.

"마찬가지로 지금 중국에서는 슈퍼주니어M이 최고의 아이돌그룹입니다. 슈퍼주니어M은 한국인과 중국인으로 구성해 최초로 중국 본토를 주무대로 활동하는 그룹입니다. M은 만다린을 뜻하죠.이 그룹에는 한국인 멤버뿐 아니라 중국인 조미와 캐나다에서 자란 중국인 헨리가 포함돼 있습니다. 걸그룹 f(x)에도 중국 칭다오 출신인 빅토리아와 LA에서 자란 중국인 앰버가 속해 있어요. 슈퍼주니어M과 f(x)는 아시아 시장 전체에서 인지도가 높습니다. "

그러나 그는 현지화가 이뤄지는 3단계 한류를 실현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얘기했다.

"중국이 세계 최고 시장으로 성장했을 때,그곳에서 3차 한류를 실현함으로써 전 세계에서 1등을 하는 게 목표입니다. 합작 회사를 설립해 그곳에서 SM의 기술로 스타를 만드는,완벽한 현지화를 이루는 것이죠.물론 그때에도 1차와 2차 한류 아티스트와 상품들은 여전히 존재할 겁니다. "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