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특혜' 불식 고육지책..우리금융 매각차질 우려

정부가 우리금융지주 매각에 산은금융지주의 입찰을 배제한 것은 세간의 `특혜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이를 대가로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 개정을 관철함으로써 다른 금융지주사의 인수 참여를 독려해 우리금융 민영화를 이번에는 꼭 성사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도 풀이된다.

결과적으로 강만수 회장이 그린 `산은+우리금융' 메가뱅크(초대형은행) 구상은 물거품이 됐다.

더구나 현재로선 산은금융을 제외하면 우리금융을 인수할 만한 금융지주사가 없어 이번에도 민영화가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비난여론에 고육지책..`우리+산은' 메가뱅크 무산
강 회장은 지난 3월 취임 이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우리금융을 인수하겠다는 뜻을 강력히 폈다.

산은금융의 우리금융 인수 시나리오는 우리나라도 국제적 규모의 메가뱅크가 필요하다는 논의와 맞물려 금융권의 화두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14일 산은금융을 우리금융 입찰에서 배제하겠다고 못을 박으면서 강 회장의 이 같은 구상은 종지부를 찍게 됐다.

무엇보다 산은금융과 우리금융을 짝짓기하려는 게 아니냐는 비난 여론이 발목을 잡았다.

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 산은금융의 입찰 배제 결정과 관련해 "그동안 다양한 논의를 감안할 때 산은금융의 우리금융 입찰 참여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금융위가 추진한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 개정을 두고 비난이 쏟아졌다.

특정 후보자(산은금융)를 염두에 두고 시행령을 개정하려는 게 아니라는 금융당국은 거듭된 해명에도 이를 대통령의 측근으로 통하는 강 회장에 특혜를 주는 조치로 여기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야당에서는 시행령을 고치지 못하도록 금융지주사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며, 여당마저 산은금융에 특혜를 주는 것으로 비칠 소지가 있어 난색을 보이고 있다.

우리금융을 비롯한 금융권에서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금융위는 결국 시행령 개정은 그대로 추진하되 산은금융을 후보군에서 빼는 고육지책을 내놨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 시행령 개정마저 철회하면 오히려 산은금융에 우리금융을 주려고 했던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더욱 증폭시킬 수 있어 애초 생각했던 대로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정부 "우리금융 민영화 예정대로"..매각차질 우려도
금융위는 시행령 개정이 이뤄지면 다른 금융지주사에 참가 유인을 제공하면서 민영화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지주사로선 우리금융의 지분 50%만 확보하고 5년 안에 이런 예외 사유를 해소하면 자회사로 인정받을 수 있어 입찰 장벽이 대폭 낮아진다.

정부로서도 다른 금융지주사가 우리금융을 인수하면 합병이나 분리매각 등의 방식보다 여러 장점이 있다고 보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정무위에 출석해 "시행령을 바꿔 인수 방식으로 우리금융을 민영화하면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을수 있고, 조속한 매각도 가능하고, 입찰 참여자들이 제시한 가격도 손쉽게 비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산은금융을 입찰에서 배제하는 대신 의원들을 설득해 시행령 개정을 입법예고하고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금융지주사를 포함한 투자자들을 상대로 오는 29일 입찰참가의향서(LOI)를 받는 등 매각 일정을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막상 장벽을 낮춰도 국내 금융지주사 가운데 산은금융을 제외하면 현재로선 뚜렷한 인수 주체가 나타나지 않고 있어 자칫 우리금융 매각이 심각한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금융지주사들은 우리투자증권 등 우리금융의 비은행 자회사 인수에는 관심을 나타내고 있지만, 자산이 300조원을 넘는 우리금융을 통째로 인수하는 것은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부채가 6조5천억원 정도 있어 다른 금융지주 인수에 뛰어드는 게 재무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KB금융도 우리금융 인수에 참여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도 외환은행 인수가 무산되지 않는 한 우리금융 인수에는 선뜻 나서지 않을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