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산행 뒤에 간혹 맛보는 절밥만큼 맛있는 점심도 없다. 공양간에서 풍겨 나오는 구수한 밥과 된장국 냄새에 말로 표현 못할 풍요로움을 느끼곤 한다. 스님들 사이에서 승소(僧笑)로 통하는 국수 공양 기회라도 잡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빈 배를 채우게 돼서라기보다 오랜만에 마주하는 진짜 건강식에 대한 기대감이 커서다.

《선재 스님의 이야기로 버무린 사찰음식》은 선재 스님이 11년 만에 낸 사찰음식 책이다. 선재 스님은 지난 30여년간 사찰음식을 연구하고 강의해온 사찰음식의 대가. 단순한 사찰음식 조리법이 아니다. 경전 말씀을 바탕으로 한 음식 철학,사찰 음식에 깃든 정신에 할애된 지면이 많다.

그는 건강한 몸과 맑은 영혼의 토대는 음식이라고 말한다. 자연이 준 식재료에 감사하고,불성을 살려 요리하고,그 음식이 내게 온 인연에 감사하며 먹을 때 가장 좋은 약이 된다고 조언한다. 책을 보는 재미도 크다. 당뇨와 종기에 좋다는 쇠비름나물을 비롯,사찰음식과 전통음식의 백미인 장과 김치 등 중요 레시피를 사진과 함께 시원하게 편집했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