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현뉴타운 인근 공인중개업소 대표 Y씨는 소송을 당할까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아현뉴타운 지분을 전문적으로 거래하는 그는 2008년 2월 이후 조합 측이 제시한 분담금을 토대로 거래를 성사시켜 왔다. 최근 조합이 새로 내놓은 분담금을 보고 깜짝 놀랐다. 조합원 분양가가 3699만~2억2968만원 오르면서 추가 분담금이 3000만~1억5000만원 늘어서다. 재건축 후 아파트 값이 크게 오르지 않으면 지분 매수자들은 그만큼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Y씨는 "소송을 내겠다는 조합원들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서울 뉴타운 · 재개발 사업장에 '분담금 폭탄'이 변수로 등장했다.

29일 서울시와 해당 조합 등에 따르면 올 들어 관리처분 총회를 개최했거나 개최 예정인 8개 뉴타운 · 재개발구역의 추가 분담금은 모두 조합원 예상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합 측 패소로 조합원 분양가를 재산정 중인 돈의문뉴타운 1구역은 2009년 9월보다 3100만~8300만원 올랐다. 보유 지분을 6억원으로 평가받은 K씨는 "전용 84㎡로 입주하면 6000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었는데 1900만원을 내야 하는 처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6월 열릴 예정인 관리처분 총회가 조합원 반발로 지연되면 사업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조합원 간 다툼이 없던 곳도 분담금이 늘어나기는 마찬가지다.

상수2구역에서는 지분 26㎡(8평) 소유자가 전용 85㎡에 입주할 때 내는 분담금이 당초 예상보다 1억5000만원 늘어난 4억원에 달하면서 현금 청산을 받겠다는 조합원이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장 침체 및 분양가 상한제에 따른 일반 분양가 하락 △조합원 간 분쟁으로 인한 사업 장기화 △철근 콘크리트 등 원자재값 상승 등이 분담금 폭탄을 양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분담금 증가로 시세 차익 얻기가 힘들어지면서 지분 가격도 급락세다. 재개발컨설팅 업체인 J&K부동산투자연구소 권순형 소장은 "최근 관리처분 총회를 개최한 곳은 예외없이 급매물이 쏟아지면서 지분 시세가 수천만원씩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