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그동안 한국을 해외에 알리는 데만 몰두해왔다. 이른바 한류를 전파하기에 바빴다. 이에 비해 해외 개발도상국의 문화를 한국에 알리는 데는 소홀했다. 한국은 지금까지 '원조를 받는 나라'였으나 '원조를 주는 나라'로 변모한 것이다. 때문에 드디어 해외 개도국 문화를 한국에 홍보하는 데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가 왔다. 이 같은 상황변화를 감안,발빠르게 개도국 문화를 한국에 전파하는 데 앞장선 기관이 있다. 바로 한국국제협력단(KOICA · 이사장 박대원)이다.

KOICA는 개도국에 무상원조를 제공하는 기관으로 그동안 개도국에 교육 및 보건의료 분야의 지원에 치중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행정제도 개선,정보통신 기반 구축,산업에너지 확충 등 중소기업 분야의 지원에도 중점을 두기 시작했다. 또 다음 세대를 위한 깨끗한 환경 조성과 지진 및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지원도 확대하고 있다.

박대원 이사장은 "특히 일본에서 대지진이 일어나자 복구대책반을 급파하는 등 재해를 당한 선진국에까지 지원사업을 펼치는 혁신적인 대외지원사업을 전개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럼에도 KOICA의 사업 가운데 더욱 혁신적인 것은 개도국 문화를 한국 내에 홍보하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서울 염곡동 KOICA 봉사단훈련센터에 개도국의 생활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지구촌 체험관'을 마련했다.

이 지구촌 체험관 전시장은 총 694㎡ 규모다. 이곳에선 오는 25일부터 3개월간 라틴아메리카국가를 대상으로 전시회를 연다. 이번에 열리는 체험관의 주제는 '그란 아미고 잉카(Gran Amigo Inca)'다. 이는 좋은 친구 잉카라는 뜻이다.

체험관에서 자국의 생활을 소개하는 나라는 잉카제국의 후예인 페루 볼리비아 에콰도르 등 3개국이다. 잉카는 한때 남아메리카를 남북으로 4000㎞를 잇는 대제국이었다. 이들이 남긴 나스카문명은 지상화로 유명하다. 이 지상화는 페루의 나스카대지 위에 20~300m에 이르는 거대한 그림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발사한 위성 랜드셋이 촬영한 자료에 따르면 최고 50㎞에 이르는 지상화도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라틴아메리카 체험관에선 이 잉카의 나스카라인을 모티브로 남미의 열정적인 색채를 표현한 공예품들이 선을 보인다. 잉카유적 및 마추피추계곡 등을 현장에서 보듯 체험할 수 있게 한다. 볼리비아전시관은 우유니 소금사막을 생동감 있게 보여준다. 이들 3개국은 각종 의상과 음식을 소개한다. '엘 콘도르 파사' 등 남미 특유의 음악도 들을 수 있게 해준다.

이 행사에 앞서 KOICA는 지구촌 체험관을 보다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지구촌체험관 자문위원회'를 결성했다.

자문위원으로는 노영혜 종이문화재단 이사장,임웅균 서울예술종합학교 교수(성악),김승호 전 모로코 대사,정진호 한중남미협회 부회장(전 페루대사),오태진 조선일보 수석논설위원,정재숙 중앙일보 문화스포츠에디터,홍성완 연합뉴스 한민족센터 고문,남상석 SBS보도국 차장,유재웅 을지대 홍보디자인학과 교수,홍인표 국립의료원 성형외과 과장,박기태 사이버외교사절단 단장,홍성욱 적정기술연구소 소장(한밭대 교수),김재현 공주대 교수,김진희 경기도어린이박물관 학예팀장,남성희 대구보건대 총장,성원스님(약천사 주지) 등 30여명이 위촉됐다.

지난 11일 서울 프레스센터 19층 회의실에서 열린 첫 자문위원회에서 박 이사장은 "최근 KOICA에서 필리핀에 RPC라는 간이정미소 설비를 설치해주고 있는데 이 설비는 정미과정의 쌀 손실을 30%나 줄일 수 있어 필리핀 쌀 생산량을 30% 향상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개도국에서의 작은 봉사활동이 그 나라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이사장은 "KOICA의 지원활동이 한국 중소기업의 기술 수준을 해외에 알리는 기회를 마련해 한국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KOICA는 약 4000명의 자원봉사자를 개도국에 파견하고 있는데 이는 일본의 2500명보다 훨씬 많은 것"이라며 "앞으로 2013년에는 약 2만명의 자원봉사자들을 해외에 파견하겠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자문위원회가 현장에서 봉사활동을 실천할 수 있도록 올해 안에 캄보디아에서 함께 땀 흘리며 봉사활동을 벌이는 기회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자문위원회가 스리랑카에서 발레를 가르쳐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고 소개하자 박 이사장은 KOICA를 통해 발레강사를 스리랑카에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홍인표 국립의료원 성형외과 과장은 "현재 페루에 한국병원이 6개나 설립됐다"며 "의료봉사를 통한 개도국 지원을 더욱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치구 한국경제 중소기업연구소장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