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를 2015년 이후 논의하자며 정부의 조기 도입 방침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배출권 거래제를 2013년에서 2015년 사이에 시행하겠다는 정부 방침과 정면 배치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 5단체와 한국철강협회를 비롯한 13개 업종별 협회는 배출권 거래제 시행을 연기 또는 철회해 달라는 건의문을 국무총리실 등에 냈다고 7일 밝혔다.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이날 재계를 대표해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에서는 지난해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압승하자 관련 논의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고,일본도 작년 12월28일 각료회의를 통해 도입 연기를 공식 발표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2012년부터 목표관리제를 먼저 시행하기로 한 만큼 (배출권 거래제는) 2015년 이후 국제 동향을 보고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는 기업마다 할당량을 정한 뒤 더 쓰는 곳은 배출권을 사고 덜 쓰는 곳은 이를 팔 수 있는 제도다.

이 부회장은 "거래제가 도입되면 포스코는 1년에 수천억원을 배출권을 사는 데 써야 한다"며 "일본과 중국이 도입하지 않는데 우리만 도입해 자승자박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 "철강과 석유화학 등 원자재 업종이 타격을 받으면 기계 전자 자동차도 원가 상승 압력을 받는다"며 "이 때문에 포스코나 현대자동차 생산설비가 해외로 나가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에 공장을 짓지 않으면 결국 누가 이익을 보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라디오 연설에서 "국제 동향과 산업 경쟁력을 감안해 유연하게 추진해 나갈 방침"이라면서도 "그러나 가야 할 길이라면 먼저 가야 한다"고 강조해 추진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정부는 기업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9일 관계장관 회의를 열어 배출권 거래제법 제정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초 계획보다 늦춰 2013년에서 2015년 사이에 도입하자는 내용을 법안에 넣을 것"이라며 "2015년 이후 논의하자는 것은 하지 말자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조재희/홍영식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