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선 세계 시장 점유율 68%로 1위이지만 비메모리 분야는 13% 정도로 선두권과 격차가 크다. 부가가치가 높은 비메모리 반도체 부문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최근 삼성전자 등 대기업이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다. 반도체 장비를 만드는 제이티(대표 유홍준)는 이러한 시장 변화에 맞춰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기업이다.

제이티는 메모리 반도체 패키지가 고온에서도 정상적으로 전기적 성질을 띠는지를 검사하고 불량품을 골라내는 '번인 소터(burn-in sorter)' 장비 분야 세계 1위 업체다. 점유율은 85%.그러나 이 회사는 2009년 실적이 크게 나빠졌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 세계 1위이자 주력 납품업체인 삼성전자가 투자를 줄였기 때문이다.

유홍준 대표는 삼성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투자가 활발히 일어나고 있는 비메모리 분야 장비인 'LSI(Large Scale IC)핸들러'를 개발하기로 마음먹었다. 번인 소터와 마찬가지로 검사공정에서 불량품을 골라내는 장비다. 마침 같은 해 지식경제부가 주관하는 우수기술제조(ATC) 사업과제 수행 업체로 선정돼 약 40억원을 지원받아 개발에 탄력이 붙었다. 제이티는 지난해 기존 8파라(8개 불량품을 한번에 골라낼 수 있는 성능) 장비보다 2배 효율이 높은 16파라 장비 개발에 성공했다.

시장의 반응도 좋았다. 제이티는 지난해 LSI핸들러로만 100억원을 벌어들였다. 번인 소터 장비로 올린 매출과 비슷하다. 올해도 번인 소터 판매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비메모리 장비인 핸들러로는 2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 대표는 "2013년에는 32파라 장비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부터는 LED(발광다이오드) 및 태양광 장비로도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LED 장비는 지난해부터 조금씩 매출이 발생하고 있고 태양광 장비는 올해부터 양산에 들어가 삼성 계열인 태양광 모듈 업체 에스에너지에 납품할 계획이다.

올해 제이티의 매출 목표는 800억원.장비 사업에서 500억원을 벌어들이고 지난해 합병한 교통통제시스템 업체 세인시스템에서 300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