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9일 자카르타의 중심가 수디르만에 있는 인도네시아증권거래소(IDX).거래소 빌딩 앞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은 자카르타종합지수(JKSE)의 사상 최고치(3786.10) 경신을 알리고 있었다. 거래소 6층 집무실에서 만난 이토 와르시토 IDX 이사장은 "주가지수가 2009년 말보다 50% 급등했다"며 "인도네시아 경제의 탄탄한 펀더멘털(내재가치)이 증시에 반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머징 파워 10개국(E10) 자본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 경제가 부진의 늪을 빠져나오지 못한 상황에서 E10의 투자 매력이 더욱 높아졌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증권정보업체 IBES는 풍부한 천연자원과 빠르게 성장하는 내수 소비 시장을 기반으로 E10 국가 상장기업들의 주당순이익(EPS)이 올해 20%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는 글로벌 투자자금은 E10을 비롯한 신흥시장으로 급속히 유입되며 증시를 달구고 있다.

◆E10 시가총액 2조달러 육박

3일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E10 국가의 시가총액(상장주식수×주가) 합계는 작년 말 1조9666억달러로 2조달러에 육박했다. 2005년 말 7809억달러에서 5년간 2.5배 급증했으며 이미 글로벌 금융위기 전인 2007년 말(1조8428억달러) 수준을 웃돌고 있다. 2007년 고점의 80% 수준을 회복하는 데 그친 미국과 비교된다.

지난 5년간 인도네시아 브라질 인도의 시가총액은 3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폴란드 칠레 러시아 태국 등은 100% 이상 증가했다. 미국(3.55%)이 지난 5년간 제자리걸음을 하는 사이 E10은 연평균 34.49% 성장했다.

주식시장이 들썩이면서 해당국 개인투자자들의 관심도 부쩍 높아지고 있다. 터키 이스탄불 중심가 탁심 지역에 있는 한 증권사 객장은 주식계좌를 개설하려는 사람으로 붐볐다. 이곳에서 만난 알리 이싼 차크르씨(41)는 "원금손실 가능성 때문에 주식투자를 멀리했는데 작년에 터키 ISE100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데다 은행 금리 역시 한 자릿수로 떨어져 여윳돈을 주식으로 굴려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주가가 너무 올라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에 "터키 경제의 미래를 믿는다"고 답했다.

국내외 투자자금 유입에 맞춰 각국 거래소들은 새로운 혁신을 준비하고 있다. 1875년 출범해 아시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인도 뭄바이증권거래소는 중소기업 및 벤처기업을 상장사로 하는 제2시장을 올 6~7월께 개장할 계획이다. 거래소를 대기업 중심으로 운영해 중소기업의 자본 조달 기능이 취약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개인투자자들의 주식투자를 독려하기 위해 중소도시에서 증권 매매 마케팅도 벌이고 있다. 인도네시아 거래소도 전국 14개 지역에 자본시장정보센터를 설치,금융투자 교육에 힘쓰고 있다.

◆순유입액 30%이상 급증

E10을 포함한 신흥시장은 글로벌 투자자금의 '블랙홀'이 되고 있다. 두 차례에 걸친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을 통해 불어난 유동성이 신흥시장을 투자 타깃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동양종금증권에 따르면 글로벌이머징마켓(GEM)펀드를 포함한 신흥시장 주요 4개 펀드에는 지난해 841억달러가 순유입됐다. 2009년 순유입액(643억달러)보다 30% 이상 늘어났다. 글로벌 금융위기인 2008년 신흥시장에서 빠져나간 자금(395억달러)보다 지난 2년간 4배 가까운 자금이 새로 들어온 것이다.

반면 인터내셔널펀드를 포함한 선진시장 주요 5개 펀드는 2008년 949억달러가 순유출된 이래 2009년 246억달러,지난해 84억달러가 빠져나갔다. 김후정 동양종금증권 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나타난 글로벌 자금 흐름은 신흥 시장의 현재와 미래를 대변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별로도 지난해 신흥 유럽은 소폭 순유출을 기록했으나 브릭스(10억4900만달러) 아프리카(3억1700만달러) 중동(2억900만달러) 라틴아메리카(6억8100만달러) 등 E10 소속 펀드들은 대부분 순유입세를 보였다.

외국 투자 자금의 유입은 E10의 통화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 2년간 브라질 헤알화는 달러화 대비 28% 절상됐으며 남아프리카공화국 칠레 인도네시아 등도 20% 이상 가치가 올라갔다. 러시아 터키 폴란드 등 3개국을 제외한 7개국의 통화가 평가절상됐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기업실적 대비 주가 수준을 보여주는 주가수익비율(PER)을 볼 때 러시아 폴란드 인도 등은 지난 5년 평균보다 낮다"며 "다른 나라들도 2007년 PER이 20배를 넘던 것에 비하면 부담스러운 상황은 아니다"고 분석했다.

서정환/김동윤/노경목 기자 ceoseo@hankyung.com

○ 특별취재팀 = 최명수 증권부 차장(팀장), 백광엽 차장, 서정환 김동윤 조진형 노경목(이상 증권부) 기자, 김태완 국제부 차장, 안정락 박동휘(이상산업부) 기자, 이상은(경제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