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구조 악화로 인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기업들이 힘겨운 연말을 보내고 있다. 관리종목에 지정된 사유를 연내 해소하지 못하면 내년 3월 사업보고서 제출과 함께 상장폐지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코스닥시장 12개 종목,유가증권시장 3개 종목이 올 들어 3분기까지 관리종목 지정 사유를 해결하지 못한 상황이다. 관리종목은 △매출기준 미달 △자본 잠식률 50% 이상 △자기자본 10억원 미만 △최근 3개 사업연도 중 2개 사업연도에서 자기자본의 50%가 넘는 법인세 차감 전 손실 발생 등의 경우 지정된다.

◆벼락치기로 실적 늘리기

우선 매출 기준에 미달하는 관리종목들은 영업담당 임직원들이 동분서주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 매출 기준 50억원 미달로 지난해 관리종목에 지정된 허메스홀딩스가 단적인 예다. 올 1~3분기 누적 매출(22억원)보다 많은 28억원의 매출을 4분기 안에 올려야 상장폐지를 면할 수 있다. 영업 담당자들이 백방으로 뛰어다닌 끝에 지난 7일 60억원의 패널 공급계약을 따내 한숨을 돌렸다고 주장했다. 회사 측은 "선급금을 최대한 받아 계약에 따른 매출을 올 회계연도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가총액 908억원인 마이크로로봇도 사정이 급하다. 3분기까지 자기자본의 210%에 이르는 법인세 차감 전 손실을 4분기 안에 50% 미만으로 줄여야 하기 때문.이를 위해 회사 측은 지난달 이후 7건,162억원 규모의 제품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는 작년 매출(39억원)의 4배를 웃도는 규모다.

◆경영권 내주고 상장 유지

자력으로 상장 유지가 힘든 기업들은 셸(shell · 비상장사가 우회상장을 위해 합병하는 상장사)이 돼 모면하려는 움직임이다. 지난 10월 철스크랩업체 가람과 합병한 자원이 대표적인 사례다. 작년 매출 542억원,영업이익 16억원을 올린 가람의 실적이 재무제표에 반영된 데 힘입어 3분기까지 계속된 법인세 차감 전 손실과 자본잠식이 해결될 것이란 설명이다.

3분기까지 매출 30억원 미달에다 법인세 차감 전 손실이 지속되고 있는 뉴젠아이씨티도 경영권 양도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내년 5월 우회상장을 목표로 지난 10월 뉴젠아이씨티의 최대주주가 된 MTM은 70억원 상당의 회사 주식을 증여해 재무구조를 개선시켰다. 회사 측은 "MTM의 주업종인 서버관리와 네트워크 사업을 함께 진행하고 있어 매출기준 요건 미달도 올해 안에 해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마저도 쉽지 않은 기업이 있다. 지난 8월부터 회사 매각을 추진해온 엠비성산은 인수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10월 감자를 통해 자본금을 절반으로 줄였지만 아직 마땅한 투자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자포자기 사례도 나타나

연말까지 3주도 채 안 남아 최대주주가 주식을 팔아치우거나 상장 유지를 포기하는 관리종목들도 눈에 띈다.

지난 10월 이후에만 세 차례 유상증자에 모두 실패한 맥스브로는 이달 7일 최대주주가 지분을 모두 팔고 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 최대주주인 인터브로(지분율 14.29%)가 갖고 있던 주식을 모두 처분해 지분율 2.52%인 개인투자자가 최대주주가 된 것이다. 맥스브로는 이달에도 250억원 규모의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지만 신주 발행가(액면가 · 100원)가 현재 주가(58원)보다 높아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자기자본이 완전히 잠식된 상태에서 3분기까지 1100억원의 법인세 차감 전 손실이 발생한 대선조선 측은 "상장 유지를 위해 2000억원 이상 신규 자본 유입이 필요한 데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거래소 상장규정에 의하면 재무구조 부실로 상장폐지 대상이 된 기업은 해당 사업연도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다음 날부터 상장폐지 절차를 밟게 된다. 다만 자기자본 미달 및 자본잠식에 따른 상장폐지일 경우 사업보고서 제출기한인 내년 3월 말까지 상장폐지 요건을 해소하면 거래소가 개선 기간을 부여할 수 있다.

노경목/강현우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