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택 트러스톤자산운용 대표는 12일 "현재 국내증시는 과열을 논할 단계가 아닌 향후 3년 강세장의 초입에 놓여있다"며 "투자자들은 투자시계를 1년 이상 늘려 잡고 공포와 탐욕을 역이용하는 적극적인 자세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통 주식형 펀드 운용의 대가인 황 대표는 이날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국면은 "큰 맥락으로 볼때 국내증시가 글로벌 투자자에게 새롭게 인식되는 전환점의 초기"라며 "코스피지수가 속등하면서 2007년 정점에 비해 100포인트도 안남았지만 당시 900원이던 원·달러 환율에 비해 현재 환율이 20%이상 절하돼 있어 외국인들이 느끼는 체감지수는 전혀 높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황 대표는 2년 전만에도 루키펀드였던 '징기스칸펀드'를 단기간에 설정액 3000억원의 대형 펀드로 성장시킨 정통 주식형 펀드 운용사의 수장이다. 최근에는 미국 연기금과 펀드오브펀드, 롱텀펀드 운용사들을 대상으로 국내 증시 설명회를 갖는 등 왕성한 투자유치 활동을 벌이고 있다.

황 대표는 외국인 유동성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유입되며 증시 상승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무엇보다 한국에서 일어나는 구조적인 변화를 이제야 제대로 이해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조금씩 늘고 있는 상황"이라며 "과거에는 한국 기업이 선진국 경기에 민감하게 의존하는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었지만 이제는 시각이 바뀌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3년 동안 한국 기업들의 영업이익률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이 20년만에 처음으로 세계 평균을 웃돌고 있어 더 이상 한국기업들이 실적 변동성이나 대외 의존성이 크다는 지적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국내 증시를 과열이나 버블 단계로 봐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그는 "현재 주식시장이 '싸다, 비싸다'를 논하기 이전에 대체관계에 있는 채권과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며 "금리를 고려하고 기업들의 자기자본이익률을 비교해 보면 누구도 현재 주식시장이 버블이라는 근거를 찾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펀드환매가 계속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신뢰의 문제가 개입돼 있지만 영리한 투자자라면 여전히 기회의 영역에서 증시를 바라봐야 한다고 역설했다.

황 대표는 "최근 외국인들의 매수세 이면에는 이머징 시장에 대한 관심이 크게 작용했지만 이제는 한국을 기업들의 이익수준이나 경쟁력을 감안해 차별화된 시장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며 "미국이나 유럽 증시 상황이 상대적으로 이머징 시장보다 지금이 오히려 투자기회"라고 설명했다.

투자유치를 위해 접촉하고 있는 글로벌 투자자들 역시 연말이나 연초에 한국비중을 늘리겠다는 의사를 적극 표명하고 있다는 것.

개인투자자들에게는 주식시장의 탐욕과 공포를 역이용하는 지혜를 주문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주식을 통해 이익을 내면 고민없이 따라가는 욕심과 시장이 폭락할 때 펀더멘털(기초체력)을 무시하고 같이 매도하는 공포를 가장 경계해야 한다"며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경기사이클에 대한 이해나 인내심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지만 이런 탐욕과 공포를 역으로 활용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끝으로 황 대표는 "업종들이 빠른 순환매 양상을 띠고 있어 저점을 잡기 어렵다"며 "이럴 때는 시장의 방향성이 우상향이라는 믿음을 갖고 경쟁력이 높은 글로벌 기업을 골라 장기투자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