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 환경이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되면 사업을 포기하라."

미국의 건설 · 엔지니어링 기업인 벡텔의 낸시 히긴스 CECO(chief ethnics and compliance officer · 윤리부문총괄 임원,부사장 · 사진)는 릴리 벡텔 최고경영자(CEO)가 매년 신입 사원들을 모아놓고 이같이 강조한다고 8일 말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두고 있는 벡텔은 임직원 수가 4만9000여명에 이른다. 이라크 전후 복구사업을 주도했으며 작년에 308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한국에선 1954년 당인리 화력발전소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인천국제공항,삼성의료원 등 100여개 사업을 수행했다.

건설산업비전포럼 대한토목학회 대한건축학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건설산업 투명성 제고를 위한 국제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히긴스 부사장은 윤리교육의 중요성으로 말문을 열었다.

히긴스 부사장은 "역사상 미국의 해외부패행위법 위반 금액이 큰 10개 기업 중 4개사가 건설사일 정도로 건설산업은 특성상 수주와 공사 등 모든 과정에 부패가 끼어들 가능성이 크다"며 "건설사들은 직원들의 윤리교육을 강화하고 시스템을 다른 산업보다 더 체계적으로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뇌물 제로(zero bribery)'라는 회사 정책을 사례로 들었다. 히긴스 부사장은 "뇌물을 한 푼도 받지 말자는 이 원칙은 CEO부터 말단 사원에 이르기까지 모든 임직원이 지켜야 할 사항"이라며 "이와 관련해 문제가 생길 소지라도 보이면 바로 윗사람에게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한다"고 소개했다.

벡텔은 수습이든 경력이든 새로운 사원이 출근하면 윤리담당 부사장이 직접 윤리를 가르치는 등 윤리준수 시스템도 갖췄다. 히긴스 부사장은 이 자리에서 직원들에게 "뇌물을 주거나 받을 유혹이 생기면 세 가지를 생각하라고 조언한다"고 전했다.

"뇌물로 인해 자신의 얘기가 실린 신문기사를 봤을 때,해고 전화를 받았을 때,회사의 고발로 법정에 섰을 때"가 그것이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행동 강령을 30여개가 넘는 전 세계 사무소 직원들에게 배포하고,7개 언어로 만들어 회사 홈페이지에 올려 모두가 경각심을 갖도록 한다는 설명이다.

히긴스 부사장은 "1898년 회사 설립 이후 부패법을 위반한 전력이 있는 기업 명단에서 벡텔을 찾을 수 없는 것은 이처럼 탄탄하게 윤리준수 프로그램을 시행한 덕"이라고 자랑했다. 벡텔이 반부패 척결에 노력을 쏟는 데는 부패지수가 낮을수록 기업이 더 잘 된다는 확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히긴스 부사장은 "수주나 공사 과정에서 부패가 만연하면 고객이 될지 모르는 사업 파트너로부터 내 돈이 이렇게 낭비되고 있다는 고정관념을 심어주게 된다"며 "중간에 새는 돈이 없으면 가격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고,이를 언젠가는 고객이 반드시 알아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깨끗한 사람이나 기업이 언제나 성공한다는 믿음을 직원들에 심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