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17일 이사회를 열어 구본준 LG상사 부회장(59)을 새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구본무 그룹 회장의 친동생인 구 부회장은 전자 화학 반도체 디스플레이 상사 등 주력 계열사에서 임원과 최고경영자(CEO)를 두루 거쳤다. 지난 3년간 LG전자를 이끌어 온 남용 부회장은 이사회에 앞서 스마트폰 대응 부진 등에 책임을 지고 용퇴 의사를 밝혔고,이사회에서 수용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구 부회장은 당분간 집행임원으로 LG전자를 이끌다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식으로 CEO에 취임할 예정이다. 남 부회장은 내년 정기 주총까지는 대표이사직을 유지한다.

구 부회장은 이날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한국경제신문 기자와 만나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정말 할 일이 많다"고 소감을 밝혔다. 부진에 빠진 스마트폰,TV 등 LG전자의 전략 변화에 대해서는 "지켜보면 알 것"이라며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재계는 안정을 중시하는 LG의 기업문화에 비춰볼 때 주력 계열사인 LG전자의 CEO를 연말 정기 인사 이전에 교체한 것을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구 부회장은 곧바로 업무 파악에 들어가 주총을 통해 인사가 확정되는 대로 신속히 CEO 역할을 승계할 것"이라며 "그 이전에라도 구 부회장이 남 부회장과 협의해 주요 경영 현안에 관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스마트폰,태블릿PC 등으로 확산하는 스마트 전쟁에서 고전해 온 LG전자의 상황을 조기에 반전시키기 위해 강력한 책임경영을 펼칠 수 있는 오너 경영인을 전격 투입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구 부회장은 1987년부터 1995년까지 LG전자에서 근무한 뒤 LG반도체와 LG필립스LCD,LG상사 등의 CEO를 거쳐 15년 만에 전자에 복귀하게 됐다.

남 부회장은 이날 오전 열린 LG전자 경영전략회의에서 "내년부터 조직 분위기를 쇄신해 반격하려면 연말 인사 이전에 수장을 바꿔 새 조직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사퇴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김태훈/김현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