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기업 전방위 압박] (1) 실적 독식? 현대·기아車 "올들어 주물 납품단가 세차례나 올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이달 말 실적발표를 앞두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2분기에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지만 "협력업체들을 쥐어짜서 거둬들인 것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는 분위기여서다. 글로벌 시장에서 힘겹게 거둬들인 성과에 박수와 칭찬은커녕 "중소기업과 서민의 어려움은 외면한 채 이익을 독점한다"는 질책을 받게 될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이런 양상은 지난달 지방선거를 전후로 '친서민 코드'를 들고 나온 정치권과 정부가 대기업의 이익창출 구조를 집중적으로 문제 삼으면서 본격화됐다. 덩달아 '대기업들이 힘없는 협력업체들에 비용을 떠넘겨 최대 이익을 내고 있다' 내지는 '대기업들이 돈을 제대로 풀지 않아 서민층의 체감경기와 고용사정이 나아지질 않는다'는 등의 반시장경제적 논리와 어설픈 진단들도 무차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대기업들은 이 같은 '이익독식' 논란에 대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횡행하는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이 기업경영 일선에까지 밀어닥칠 가능성에 대해서도 깊은 우려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모기업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일부 영역에 잘못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중소기업은 선(善)이고 대기업은 악(惡)이라는 흑백논리가 국민들의 뇌리에 각인된다면 돌이킬 수 없는 부작용이 생겨날 것"이라며 "대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이익을 내는 구조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정운찬 총리는 21일대한상공회의소가 개최한 제주포럼에서 대기업들을 정조준한 발언을 쏟아냈다. 지난 1년 동안 원자재 가격이 20% 정도 올랐으나 납품단가에는 1.7%밖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정 총리는 특히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은 10%를 상회하지만 협력사는 2% 선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현대 · 기아차는 최근 몇 년 동안 협력업체와의 상생경영을 위해 원자재값 인상 부담을 자체적으로 흡수해 협력업체들이 양질의 부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또 올 상반기 주물가격 인상에 따라 2월과 5월,6월 등 총 세 차례에 걸쳐 납품단가를 올려줬다고 밝혔다.

정 총리의 지적과 달리 최근 현대차와 기아차의 영업이익률이 한번도 10%를 넘지 못했다는 설명도 있었다. 현대차의 경우 2006년 4.5%,2007년 6.4%,2008년 5.8%,2009년 7.0% 등을 기록했다는 것.

삼성전자도 협력업체의 희생을 발판으로 최대 실적을 내고 있다는 주장에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400여개에 달하는 삼성전자 1차 협력사들은 지난해 평균 6.1%의 영업이익률을 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률은 8.3%.격차가 2.2%포인트에 불과했다. 흑자를 낸 협력사의 비중도 80%에 달했다. 삼성전자의 실적호조가 협력업체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셈이다.

삼성전자는 경쟁력이 있는 협력업체들을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마련해 놓았다고 설명했다. LCD(액정표시장치) TV용 회로기판을 생산하는 삼성전자의 협력업체 I사가 대표적인 사례다. 삼성전자는 이 회사 IT 인프라 구축에 4억1500만원을 지원하는 등 생산성 향상을 독려했다. 지난해 이 회사의 매출은 2008년보다 10% 증가했으며 영업이익률도 5%포인트 높아졌다. 최근에는 데이터 처리속도를 개선한 회로기판을 삼성전자와 공동으로 개발하기도 했다.

조일훈/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