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6일 "국무총리는 변화 이미지를 줄 수 있는 쪽으로,파격적으로 가는 게 좋다고 본다"며 "또 정치를 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대통령실장은 전체적으로 아우를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고 변화 이미지는 총리를 통해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그는 사견이라고 밝혔지만 여권 인적 개편의 흐름을 짐작케 한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여러 직에 걸쳐 후보 물망에 오른 네 명이 주목받고 있다. 임태희 고용노동부 장관,백용호 국세청장,김태호 전 경남지사,안철수 KAIST 교수 등이다.

임 장관은 우선 대통령실장으로 가장 유력하다. 일각에서는 총리 후보로도 거론된다. 김 전 지사,안 교수 등도 총리와 장관 후보에 동시에 올랐다. 백 청장은 대통령실장과 함께 입각 대상으로 거론된다. 왜 이들이 집중적으로 조명받고 있는 것일까. 김 전 지사와 안 교수는 48세,임 장관과 백 청장은 54세로 비교적 젊은 축에 속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적지 않은 관심과 함께 정치적 색깔이 강하지 않다는 공통점이 있다.

임 장관은 '여의도 정치'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이 대통령이 그나마 인정하는 몇 안되는 정치인 중 한 명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전문성과 추진력 · 협상력을 두루 갖춘 재목(材木)으로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에 온화한 성품과 적을 두지 않는 합리적 스타일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대선 때 이명박 후보 · 당선인 비서실장을 역임하면서 서민경제 살리기 정책을 주도하는 등 호흡을 잘 맞췄다는 평가다.

백 청장은 조용한 카리스마를 갖췄다는 소리를 듣는다. 주변에서는 "큰소리를 내지 않으면서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가고 있다"는 얘기가 많이 나온다. 그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이어 국세청의 수장으로 '연착륙'할 수 있었던 것은 투명한 인사 스타일에 있다. 백 청장은 취임 후 가장 먼저 인사 청탁 배제를 공표했다. 실제로 청탁 리스트에 오른 인사들을 모두 승진에서 누락시켰다. 그로부터 1년 국세청 고위직 인사 때마다 고질적으로 되풀이되던 인사 청탁이 사라졌다. 자연히 능력과 실적 위주의 인사가 이뤄지면서 백 청장은 사실상 국세청을 장악했다.

김 전 지사는 마흔에 거창군수,마흔 둘에 도지사가 됐다. '세대교체'의 상징적 인물이다. 한나라당의 한 초선 의원은 "40대 도백의 패기에다 겸손까지 하더라"며 "콘텐츠도 상당히 갖춘 것 같더라"고 말했다. 초선 의원 일부는 그를 7 · 14 전당대회에 차기 당대표 후보로 지지할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김 전 지사의 고사로 계획은 성사되지 않았지만 여당 내 일정 부분 지지층을 확보한 것은 사실이다. 한국의 케네디가 되는 것이 꿈이다.

1세대 벤처사업가인 안 교수는 국내 '정보기술(IT)업계의 구루'로 불리는 인물이다. 투명하고 윤리적으로 회사를 경영해 벤처업계에서 신망이 높다. 서울대 의대 박사과정 때 국내에서 처음으로 컴퓨터 백신 프로그램(V3)을 개발해 국내 보안산업의 발전에도 기여했다. 안 교수는 시대에 뒤떨어진 정부 규제,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수직적 산업구조 등이 국내 IT산업이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라는 견해를 갖고 있다.

홍영식/박영태/강동균/이준혁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