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으뜸기술상] 우수상 ‥ 권세창 한미약품 부소장
암 환자가 항암치료를 받다 보면 백혈구가 급감해 면역력이 약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백혈구가 감소한 상황에서 병원균에 감염되면 목숨을 잃을 수 있다. 때문에 항암치료를 받은 환자의 백혈구 수를 늘려주는 '백혈구 증식인자(G-CSF)'는 필수 약품에 속한다.

권세창 한미약품 연구센터 부소장은 기존 제품보다 약효를 높이고 약효 지속 시간을 늘린 '차세대(3세대형) G-CSF' 개발로 으뜸기술상 우수상을 받았다.

그는 기존 G-CSF 제품의 약효가 약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약효가 약하면 투약 횟수를 늘려야 해 환자들이 불편을 겪는다. 그가 기술 개발에 나선 때는 2003년이다. 권 부소장은 "당시 신약 개발의 후발주자로서 우리 연구팀의 원칙은 바이오 제네릭(신약 복제품)이 아니라 신약의 성능을 개선시킨 '바이오 베터'를 만들겠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바이오 베터란 신약의 약효를 강화하고 지속 시간을 늘리는 등 성능을 개선한 제품으로 시장에서는 또 다른 신약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이를 위한 첫 단계로 플랫폼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플랫폼 기술이란 비슷한 형태의 다양한 신약을 개발하는 틀이다. 다양한 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 원천기술이라고 볼 수 있다.

권 부소장은 "신약을 하나만 개발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다양한 신약 개발에 나서기 위해 플랫폼 기술 개발을 서둘렀다"고 밝혔다. 단백질 의약품의 플랫폼 기술을 개발한 이듬해인 2004년 권 부소장은 G-CSF 개발에 본격 뛰어들었다.

그는 또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신약을 개발해 세계 시장에 수출한다는 원칙 아래 기술 개발 초기부터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목표로 삼았다. 당시만 해도 국내에는 FDA 관련 자료가 턱없이 부족했다. 서류 작업부터 FDA와 조율을 거칠 수밖에 없었다. 노력 끝에 2007년 평택에 미국 임상시험 기준에 맞는 바이오 플랜트를 지을 수 있었다. 한미약품이 개발한 3세대 G-CSF는 기존 2세대 제품의 대표 격인 미국 암젠의 '뉴라스타'에 비해 약효가 3배 뛰어나다.

한미약품의 3세대 G-CSF가 제품화되면 연간 5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