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바이오벤처타운의 파멥신(대표 유진산)은 현재 6000만달러의 2차 펀딩(투자유치)을 추진 중이다. 2008년 설립된 이 회사는 펀딩 소문이 퍼져 나가면서 국내외 벤처캐피털과 대형 제약사 등이 앞다퉈 투자 의사를 밝혀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이 회사는 미국 최대 바이오 벤처캐피털인 오비메드를 선도투자자(리딩 인베스터)로 정하고,글로벌 벤처캐피털을 중심으로 유치 목표액을 채우기로 했다.

불과 2년 전 자본금 5000만원으로 출범한 '초보 바이오'에 국내외 투자자의 '러브콜'이 쏟아지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항체를 이용한 암 치료제 개발 등에서 원천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파멥신은 지난해 오비메드를 비롯해 다국적 제약사인 한국노바티스,녹십자,동양창투 등으로부터 초기 투자금 600만달러를 끌어모았다.



국내 바이오산업이 꿈틀거리고 있다. 무한한 성장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속빈 강정' 취급을 받던 바이오산업이 대표 기업들의 연구 · 개발(R&D) 성과가 속속 가시화하고 있는 데다 바이오 투자 '붐'까지 가세하면서 '빅뱅'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바이오 기업의 옥석이 가려져 투자 리스크가 줄어든 것도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요인이다.

옥석이 가려진 국내 바이오 기업에 대한 다국적 기업들의 투자 입질이 잇따르고 있다. 세계 최대 기업인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은 얼마 전 KOTRA의 중재로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업체인 에프씨비투웰브 등 국내 3개 바이오 업체와 심도있는 투자상담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오 시밀러(바이오 복제약) 위탁생산 업체인 셀트리온은 지난 5월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테마섹으로부터 2000억원을 투자받기도 했다.

국내외 제약사들도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 확충 차원에서 바이오 기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중외제약 자회사인 중외신약이 면역세포 치료제 바이오 기업인 크레아젠을 인수한 것이나,중소 제약사 휴온스가 단백질생체제제 개발업체 HVLS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메디포스트 이수앱지스 크리스탈지노믹스 에프씨비투웰브 바이로메드 등 바이오 기업들의 경우 1~3개 파이프라인이 국내외에서 임상 2~3상에 들어가면서 '바이오 신약 1호' 타이틀을 얻기 위한 경쟁에 돌입했다.

'큰손' 삼성이 바이오 시장 진출을 선언한 것도 시장을 달구는 요인으로 꼽힌다. 삼성은 이건희 회장의 현업 복귀 이후 바이오 시밀러를 중심으로 바이오 분야에 2조10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위해 국내외 바이오 기업 인수와 전략적 제휴 등 '바이오 퍼즐'을 맞추는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현재 삼성종합기술원과 삼성SDI는 바이오 벤처인 마크로젠과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하는 DNA 장비 공동 개발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한국노바티스 투자담당자는 "최근 들어 10년 전 못지 않게 바이오 투자 붐이 조성되고 있고,투자도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며 "바이오 분야에서 단 한 개라도 대박 기업이 탄생하면 시장이 폭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