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에서 전체 상장 주식 수가 적은 종목들이 별다른 이유 없이 급등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외국인 중심 장세가 이어지면서 중소형 테마주가 지지부진해 '제2의 조선선재' 찾기 열풍이 불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묻지마 투자'의 이면에는 시세조종 세력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을 가능성이 적지 않아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2일 흥아해운 계열 물류업체인 국보는 사흘 연속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으며 2만8000원에 장을 마쳤다. 최근 10거래일 중 9거래일이 상한가를 기록할 만큼 폭등세다. 이 기간 주가가 196% 뛰었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호재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증권업계에선 극심한 거래 가뭄을 보였던 상장사들에 거래량이 급증하면서 나타난 이상 급등으로 해석하고 있다. 국보의 총 주식 수는 102만주에 불과하다.

총 주식 수 140만주인 삼보산업도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삼보산업은 지난달에만 14차례 상한가를 기록하며 이후 주가가 4배나 뛰었다. 이달 들어 4차례의 하한가를 맞으며 진정되는가 싶더니 이날 다시 상한가로 급반전했다.

이와 함께 하이스틸이화산업도 2월 말 대비 100% 이상씩 급등했고 부산산업은 90%가량 뛰었다. 또 조흥 한국석유 전방 한일철강 등도 크게 올랐다. 제일테크너스는 3월 이후 70%가량 뛰었고 중앙에너비스 푸드웰 서산 서주관광개발 부산방직 엠에스씨 등도 50% 안팎의 상승세를 달리고 있다. 한결같이 상장 주식 수가 많지 않은 종목들이다.

시장에선 2월부터 유례 없는 폭등세를 보였던 조선선재의 '데자뷰(기시감)' 현상으로 해석하고 있다.

조선선재는 2월19일 기준가 5000원으로 분할 변경상장된 뒤 지칠 줄 모르는 상한가 행진을 이어가며 이달 6일엔 장중 20만원을 웃돌기도 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지수가 올라도 중소형주에서 재미를 못 본 투자자들이 조선선재 폭등 현상을 계기로 거래량이 적은 주식에 몰리면서 이상 급등하는 종목이 쏟아지고 있다"며 "투기적 분위기에 편승해 작전세력들이 조직적으로 활개 칠 가능성이 높아 '폭탄 돌리기'를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