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로 몸을 사렸던 예비 창업자들이 봄철을 맞아 창업에 나서면서 창업시장이 살아나고 있다.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초보 창업자들을 잡기 위해 '공동창업'이나 '위탁경영' 등 새로운 창업 방식을 선보여 주목된다. 서울 등 대도시권 빌딩의 건물주와 프랜차이즈 본사가 공동으로 투자해 수익을 나누는 투자 방식은 사업경험이 없는 초보 창업자들로부터 인기를 모으고 있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는 "프랜차이즈 시장에 선진적인 점포 운영 시스템이 정착되면서 투자 리스크가 줄고 수익창출 기회는 늘어나고 있다"며 "공동창업이나 위탁경영은 자금력 있는 사람들의 재테크 수단으로도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속히 늘어나는 공동창업

건물주와 프랜차이즈 본사가 공동 창업하는 '공동창업'이 확산되는 추세다. 가맹점주가 직접 점포를 운영하지 않으면서도 고정적인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게 최대 장점이다.

커피전문점 '카페베네'는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면서 도심 건물의 공실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공동 투자 방식으로 매장을 늘려가고 있다. 건물주는 점포를 제공하고 본인의 선택에 따라 시설비 일부를 투자할 수도 있으며,투자 비율에 따라 수익을 나눈다. 점포 운영 및 관리는 카페베네 본사가 책임진다.

올 들어 문을 연 60여개의 카페베네 매장 중 10여개가 이런 방식으로 개설됐다. 인천 신포점의 경우 1년 넘게 비어 있던 1층(214㎡) 매장에서 월 평균 6000만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건물주의 수익 배당금은 월 매출의 20% 선인 1200만원 수준이다.

김선권 카페베네 사장(43)은 "공동 창업은 건물의 공실률 해소는 물론 수익 확보 및 자산가치 증대 등 이점이 많아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서울 역삼동 대로변의 자가 소유인 남형빌딩 1층에 커피전문점 '투썸플레이스'를 오픈한 강형진씨(38)는 "매장 운영이 처음이지만 본사 슈퍼바이저(관리인)가 철저하게 관리해 줘 어려움이 없다"며 "월 800만원의 임대료를 받던 매장이었으나 커피점을 시작한 뒤 1200만원 선으로 늘어났다"고 귀띔했다.

건물주들은 커피 아이스크림 커리 등 깔끔하고 이미지가 좋은 아이템을 선호하고 있다. 26년의 역사를 가진 커리점 '델리'의 최청자 대표(67)는 "도심 중심 상권이나 아파트단지 등에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건물주들의 창업 문의가 많다"고 전했다.

◆위탁경영 창업도 인기

위탁경영은 창업자가 돈을 대고 프랜차이즈 본사나 전문경영인이 운영을 맡는 방식이다. 사업 경험이 없는 화이트칼라 퇴직자나 '투잡'을 원하는 회사원들이 많이 활용하고 있다.

50여개의 매장을 가진 쌀 프랜차이즈인 '미사랑인들 쌀 방앗간'은 부업을 원하는 점주를 대상으로 위탁경영을 실시하고 있다. 창업자 본인이 직접 경영하지 않아도 매출의 10% 정도를 배분받는다. 마곡점을 운영 중인 회사원 이태윤씨(37)는 3300만원을 투자해 월 평균 100만원 정도의 수익을 내고 있다.

외식이나 판매업에도 위탁경영 방식이 늘고 있다. 테마카페 '카페루미'는 본사가 투자자들을 모아 경영을 대행해준다. 작년 3월 오픈한 카페루미 천호점의 경우 3명이 공동 투자하고 본사에서 경영한다. 본사가 매장을 운영하고 투자자들에게 수익의 30%씩을 나눠준다. 월 매출은 4000만원 선으로 투자자들은 매달 400만원 정도를 손에 쥔다.

명품 할인판매점 '오르루체'는 가맹점을 낼 때 투자비의 5~10% 정도를 본사에서 투자해 이익을 배분한다. 20평 기준으로 1억6000만원 정도의 창업비용이 들어간다. 본사와 가맹점이 일체감을 높여 성공적으로 점포를 운영하기 위한 것이다.

◆본사 능력 꼼꼼히 따져야

공동창업이나 위탁경영으로 창업하려면 제대로 된 프랜차이즈를 고르는 게 중요하다. 투자 성격이 강한 창업 방식인 만큼 본사의 재무상태와 운영능력을 최우선적으로 살펴야 한다. 계약 조건도 철저히 검토해야 한다. 투자자와 가맹 본사의 권리 및 의무가 평등한지,이익 배분이 합리적으로 규정돼 있는지도 체크해야 한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은 "성장성과 수익성이 높은 업종을 골라야 한다"며 "단기적으로 큰 수익을 내기보다는 꾸준히 이익을 낼 수 있는 업종이 좋다"고 조언했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