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스위스 다보스포럼(WEF)에서 환경성과지수(EPI)가 발표됐다. 우리나라는 163개국 중 94위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숫자로만 따지자면 2008년에는 149개국 중 51위였는데 2년 만에 43단계가 하락해 그만큼 환경여건이 열악해진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들게 한다. 피부로 느껴지는 우리나라의 공기,물은 2년 동안 그리 나빠진 것 같지 않은데 EPI의 수치는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EPI의 수치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에스티 교수가 이끄는 예일대 환경법 · 정책센터는 자연,대기,수질,기후변화,해양,농업 등 다양한 환경 여건을 수치화해 국가간 비교하기 위해 2002년부터 EPI 작성을 시작했다.

2002년,2006년에 시험작성돼 정식 발표는 2008년에 이어 올해가 두 번째다. 2008년과 2010년을 비교하면 평가 부문은 유사하지만 EPI를 구성하는 지표가 많이 변경됐다. 연차별로 발표되는 이상적인 지수의 첫째 조건은 일관된 평가 조건인데 그 조건이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분명 지표가 많이 변경된 것은 부족한 환경 통계 현실 때문이라 추정된다. 2008년에 사용된 지표를 평가할 수 있는 데이터가 업데이트되지 않은 경우 차별화된 2010년의 지수를 산정하기 위해서는 다른 데이터를 사용해 지표를 평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데이터의 생산 조건이 서로 달라 데이터에 맞게 지표도 적절히 변경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구나 평가 지표의 변경 과정에서 사용한 데이터가 2008년 평가에 비해 최신 자료도 아니었다. 멀게는 1990년도 자료부터 대부분 2000년대 상반기 통계가 주를 이루었다. 결국 EPI가 우리에게 말해 주는 것은 2010년 현재의 우리나라 환경 여건이 단순히 세계 94위라는 것도 아니며,2년 만에 환경 여건이 43위 수준만큼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EPI가 실제로 말해 주는 것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앞으로의 숙제를 알려준다. 대상 국가의 수나 평가 지표가 변해 발표 연도별로 국가 순위를 단순 비교할 수는 없으나 우리나라의 환경 여건이 열악하게 평가됐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또한 영역별로 평가되는 EPI의 특징상 더 관심을 가져야 하는 분야를 찾아 환경정책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도구로서 활용될 수 있다.

이번 평가에서 유독 낮게 나온 부분은 기후변화 관련 지표였다. 우리나라 기후변화정책은 '저탄소 녹색성장'이 정부의 최대 기치로 발표된 2008년을 기점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2020년까지 대책을 추진하지 않는 경우보다 30%의 온실가스 감축을 이루겠다는 '중기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설정됐고 에너지 효율 향상,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 등을 목표로 각종 정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숫자에 매몰되기보다 이러한 정책들이 제대로 이행돼 관련 통계치가 실제로 향상돼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국가 또는 세계의 환경성과가 제대로 평가될 수 있는 일관된 지수 개발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국내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환경 통계가 축적되고 업데이트되는 체계가 시급히 구축돼야 한다. 환경자료가 여타 다른 사회 및 경제 자료에 비해 취약하기 때문에 갈 길은 멀다. 우리나라부터 환경 통계에 대한 관심을 높여 분야별 통계를 생산하고,우리의 환경 여건이 제대로 평가되도록 생산된 통계를 국제 사회와 공유해야 할 것이다.

EPI의 진정한 의미는 단순한 순위보다 그 국가에 중요한 변수 및 지표가 무엇인지를 식별하고 인지토록 하는 것이다. 수치의 많고 적음으로 순식간에 모든 것을 평가하기보다,앞으로 우리 환경 여건을 어떻게 개선하고 제대로 평가할 수 있을지 우리에게 남은 숙제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정영근 < 선문대 교수·경제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