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중국은 G2를 넘어서는 세계 유일의 패권국으로 등극할 수 있을까. 문정인 연세대 교수(사진)는 중국 주도로 세계질서를 재편하는 '팍스시니카' 구축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이 그 정도의 리더십을 구축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미국이 구축해 놓은 기존 세계질서의 수혜자이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문 교수는 "중국이 단순 경제력에서는 미국을 능가할 수 있겠지만 새로운 세계질서를 주도적으로 구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중국은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들과의 협력 속에서 국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경제발전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문 교수는 하지만 중국이 미국과 더불어 G2라는 공동 리더십을 구축하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동아시아 지역의 경제통합이 완성되고 동북 3성(랴오닝 지린 헤이룽장)과 한반도 경제권의 통합도 가시화될 경우 중국이 아시아 맹주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문 교수는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의 역할과 관련,"세계경제 패권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옮겨오는 과정에서 한국은 동북아 경제통합의 촉매 역할을 해야 한다"며 "유럽연합(EU)이 구축되는 과정에서도 네덜란드 같은 소국들이 오히려 더 큰 역할을 했다"고 소개했다.

참여정부 시절부터 '동북아 균형자론'을 주창해온 문 교수는 "지나치게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은 최악의 외교"라며 "강대국들과 선린관계를 유지하면서 상황에 따라 전략적이고 탄력적인 대외정책을 구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중국 베이징대 초빙 교수로 중국을 다녀왔다는 그는 "요즘 중국에선 '한국이 돈은 중국에서 벌고 충성은 미국에다 하느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이명박 정부의 친미성향에 대한 중국의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는 점을 환기시켰다. 참여 정부가 상대적으로 중국에 과도하게 '올인'한 것이라면 이명박 정부는 반대로 과거 한 · 미관계로 회귀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문 교수는 "10~20년 후에도 지금과 같은 한 · 미동맹 관계가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한반도 지역에는 다자안보 협력체제가 구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자적 역할을 수행하려면 미 · 중 협력도 잘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