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30일 1년3개월 만에 가진 특별기자회견의 핵심 화두는 '주도권'이었다.

세계경제 질서의 뼈대를 논의할 G20 정상회의 내년 11월 개최를 계기로 이제 한국은 변방에서 중심으로 진입했다며 국제사회에서 목소리를 높이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6월19일 '미국산 쇠고기 파문'으로 머리를 숙였던 기자회견 때와는 확연하게 달랐다. 시종 자신감이 묻어났다. G20 회의 유치를 역사적 전환점으로 규정하고 국격을 높이고 세계 선도국가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로 삼자고 강조했다.

나라 잃은 지 100년 만에 주역

이 대통령은 "벅차다. 우리 국민이 정말 대단하구나,이런 국민의 대통령이라는 게 너무나 자랑스럽다"는 말로 회견을 시작,G20 회의 유치 의미를 설명하는 데 주력했다. 한마디로 '글로벌 거버넌스'의 최상위 협의체인 G20 회의 개최는 대한민국이 아시아의 변방에서 벗어나 세계의 중심국가로 발돋움하게 되는 계기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이 경제규모에 걸맞은 목소리를 내지 못해 왔지만 이제 자긍심을 가지고 글로벌 이슈 해결에 주역이 되자는 취지다. 아시아 국가로서는 첫 번째 개최지로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국제공조 체제에서 우리나라가 선도국의 위치를 재확인하는 데 의의를 두면서 국운 상승의 계기로 삼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 대통령은 "남이 짜 놓은 국제질서의 틀 속에서 수동적인 역할에 만족했던 우리가 새로운 틀과 판을 짜는 나라가 된 것"이라며 위상 변화를 국민의 공으로 돌렸다. 1907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만국평화회의에 이준 열사를 파견해 을사조약의 부당성을 알리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나라를 잃은 지 약 100년 만에 글로벌 중심에 서서 더욱 의미가 깊다고 감회를 표시했다.

특히 "'세계경제를 살리려면 이렇게 하는 것이 좋겠다,우리의 경험은 이렇다'라고 이야기 해야지 늘 뒤에 앉아서 듣기만 하고 고개만 끄덕거리는 시대는 지났다"며 "글로벌한 이슈를 가지고 논의할 때 이제 한국을 빼놓고서는 할 수 없는 그런 위치에 와 있다"고 강조했다.

출구전략은 내년 11월에

이 대통령은 내년 11월 G20 회의 개최 때 의제와 초청 국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일단 지금으로선 출구전략을 짜기엔 이르다고 못을 박았다. 다만 한국 개최 때는 세계 경제가 위기에서 탈출하는 시점이 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확실한 출구전략은 그때 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위기 이후에 세계경제를 어떻게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인지가 주제가 되고 나라 간 불균형 성장을 균형으로 바꾸기 위한 방안도 논의될 것으로 전망했다. G20 회의를 경제뿐 아니라 에너지 기후변화 기아 빈곤 등 글로벌 이슈를 논의하는 핵심기구로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한편 이날 회견에선 사회자가 없었으며 이 대통령이 직접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특히 청와대 참모들 대신 이지송 토지주택공사 사장 등 미소금융,보금자리 주택 등의 친서민 정책을 현장에서 주도하는 민간 관계자들을 배석시켜 눈길을 끌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