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을 의미하는'에그(egg)'.요즘 얼리어답터들 사이에서 타조 알만큼 커다란 '에그'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KT 와이브로를 언제 어디서나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무선공유기 '에그' 얘기입니다. 이것만 있으면 수도권에서는 이동 중에도 노트북이나 휴대폰으로 무선으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제 친구 A씨.휴일에 아이들과 함께 한강고수부지에서 쉬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잔디밭에서 뛰놀고 A씨는 아이들 사진을 찍어 트위터에 올립니다. 트위터 친구들은 사진을 보고 부러워합니다. '인증샷'을 올리라는 분도 있습니다. A씨는 노트북과 에그 사진을 찍어 올립니다. '이래도 못믿겠어?'라는 글과 함께.

이런 멋진 와이브로를 사람들은 '실패한 서비스'라고 말합니다. KT가 와이브로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정부가 종용하니까 시늉만 내고 있다는 얘기죠.생각해 보십시오.와이브로가 활성화되면 KT 이동통신 서비스가 타격을 받습니다. 그러니 소비자들이 좋아한다 해도 KT는 좋아할 수 없습니다. 웃기는 일입니다.

아시다시피 2,3년 후 상용화될 4세대 이동통신 분야에서는 와이맥스(한국의 와이브로)와 LTE(롱텀에볼루션)가 경쟁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세계 최초로 와이맥스를 상용화했고 와이맥스 기술도 상당히 확보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와이맥스가 뜨면 좋겠죠.그런데 KT의 경우엔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통신 컨설팅 업체인 어낼리시스 메이슨이 최근 와이맥스에 관해 매우 부정적인 글을 웹사이트에 올렸습니다. 와이맥스가 어렵다는 얘기는 새로운 건 아닙니다. 그런데 이 글은 유난히 비관적입니다. 그동안 개발도상국에서 와이맥스가 강세를 보였지만 선진국에서는 외면당하고 있어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게 요지입니다.

필자는 여러 가지 근거를 댔습니다. 미국에서는 클리어와이어가 와이맥스 전국망을 깔고 있습니다. 그런데 클리어와이어에 투자한 인텔과 구글이 투자비를 이미 손실처리했다고 합니다. 회수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판단했다는 얘기입니다. 투자가 한창 진행 중인데 손실처리를 했다? 믿기지 않는 일입니다.

북미 이동통신사들이 LTE를 택할 것 같다는 얘기도 썼습니다. 미국 1위 이통사인 버라이즌이야 LTE 선봉장이니 말할 필요도 없고,2위 사업자인 AT&T도 LTE 쪽으로 기운 상태입니다. 그런데 캐나다 사업자들도 LTE를 택할 것 같다고 합니다. LTE 장비업체 에릭슨이 캐나다 노텔의 일부를 인수했기 때문입니다.

유럽은 LTE가 대세입니다. LTE라는 게 유럽식 이동통신 기술인 GSM에서 진화한 기술입니다. 같은 계통의 기술을 택하면 아무래도 네트워크 투자비가 적게 들겠죠.필자는 기술 측면에서도 와이맥스의 강점이 사라질 것이라고 봤습니다. 와이맥스 기술이 속속 LTE에 적용돼 비슷해질 거라는 얘기입니다.

우리나라는 어디로 갈까요? KT와 SK텔레콤은 3세대 이동통신 기술로 WCDMA(광대역 코드분할다중접속)를 택했습니다. GSM에서 진화한 기술입니다. WCDMA가 더 진화하면 LTE가 됩니다. 그렇다면 LTE로 갈 가능성이 크겠죠.두 이동통신사는 와이브로 서비스도 하고 있지만 그다지 마음이 없어 보입니다.

KT와 SK텔레콤이 세계 최초로 와이브로를 상용화한 2006년만 해도 희망이 컸습니다. 잘만 하면 세계적인 통신 기술이 될 수 있고 우리는 기술종주국으로서 목에 힘 좀 줄 수 있겠다고 잔뜩 기대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젠 희망이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틈새시장이라도 챙겨야 한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습니다.

돌이켜 보면 이동통신사한테 와이브로 사업권을 준 게 잘못이었습니다. 이동통신 시장을 잠식할 서비스에 어느 바보가 투자하겠습니까? 이동통신 사업과 무관한 기업이 과감하게 전국망을 깔았더라면 우리는 지금 세계 최고의 무선인터넷을 이용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그런데 지금 어떤가요? 소비자는 멋진 서비스라는데 사업자는 숨기고 싶어합니다. 저는 요즘 에그를 보면 화가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