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재개발 단지 내 아파트 분양가가 치솟고 있다. 올 들어 수도권 분양시장이 회복 조짐을 보이면서 상반기 공급된 재개발구역 일반 분양아파트 청약률이 최고 110 대 1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높아지자 일부 재개발 조합들이 경쟁적으로 분양가를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재개발 지역인 서대문구 가재울3구역,성동구 왕십리뉴타운 1구역 등의 일반 분양가는 3.3㎡당 2000만원에 달한다. 동작구 본동5구역 등 일부 지역은 2000만원을 훌쩍 넘었다.

가재울3구역 조합은 최근 조합원 및 일반 분양 아파트의 분양가를 확정하려는 총회를 개최하려고 했으나,일부 조합원들이 일반 공급분의 분양가(5억1800만~5억2000만원)가 주변 아파트 시세(5억5000만원)에 비해 낮다며 인상을 요구하는 바람에 무산됐다. 조합원 분양가(기준 층)는 4억5000만원이다. 인근 중개업소에서는 총회가 다시 열리면 5억7000만원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왕십리1구역 조합은 일반 분양가를 3.3㎡당 1800만원 선으로 예정하고 있다. 하지만 조합원 입주권 가격이 일반 분양 예정가에 근접하자 조합이 일반 분양가를 3.3㎡당 2000만원 이상으로 올릴 것이라는 소문이 쫙 퍼졌다. 주변 아파트 시세보다 1억원 이상 비싼 가격이다.

본동5구역 조합은 일반 공급분 분양가를 아예 3.3㎡당 2300만원이 넘는 수준에서 정했다. 107㎡형 기준으로 분양가는 7억2000만~7억6000만원에 달한다. 같은 크기의 주변 아파트 시세는 6억원 선이다. 인근 중개사들은 분양가가 너무 높아 분양이 힘들 것으로 전망하다가 최근에는 입주 때 9억~10억원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말을 바꾸고 있다.

본동5구역 인근 B공인 관계자는 "처음엔 일반 분양가가 너무 비싼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았으나 지금은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며 "최근 최고 청약경쟁률이 110 대 1로 분양된 흑석뉴타운 5구역(센트레빌)의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고척3구역도 마찬가지다. 일반 분양 물량의 분양가는 3.3㎡당 1200만원 선이지만 조합 측은 1400만원 선까지 높인다는 복안이다.

조합 관계자는 "3.3㎡당 1200만원은 2007년 때 가격으로 그동안 물가 상승 및 공사비 증가분을 반영해야 한다"며 "고척동 일대 개발 기대감으로 주변 아파트 시세도 3.3㎡당 1400만~1500만원으로 올랐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재개발 단지마다 일반 분양가를 높이고 있는 이유는 최근 분양된 단지들이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하고 당첨 후 프리미엄이 붙는 등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3.3㎡당 1800만원 선에 분양된 용산구 효창동 효창3구역(푸르지오)은 최고 19.6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데다 최근 프리미엄이 8000만원까지 치솟았다. 지난달 3.3㎡당 거의 2000만원의 분양가에도 전 주택형이 1순위에서 마감된 흑석5구역은 현재 프리미엄이 주택형 별로 3000만~6000만원 정도 붙었다.

더욱이 올 하반기 분양될 대부분의 구역은 2007년 11월 이전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해 분양가 상한제 적용도 받지 않아 분양가는 더 오를 전망이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