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공급될 서울 서초구 반포 래미안퍼스티지의 장기전세주택(브랜드명 시프트)에 기존 시프트 당첨자도 청약이 가능해 그야말로 바늘구멍이 될 전망이다.

31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이달 9일부터 1순위 청약 접수가 시작될 반포 래미안퍼스티지,은평뉴타운 2지구,상계 · 장암지구 등 시프트 1474가구에 대해 재당첨 금지를 적용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이미 공급된 반포자이나 은평뉴타운 1지구 등 기존 시프트에 당첨돼 현재 거주 중인 세대주라도 이번 청약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특히 반포자이와 같은 재건축 시프트에는 청약가점이 적용되므로 이들 세대주 가운데 가점만 높다면 입지나 주거환경에 따라 몇 번이고 상관없이 시프트를 갈아탈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시도 당초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반포 래미안퍼스티지 시프트부터는 기존 시프트 당첨자는 다시 청약할 수 없도록 하는 재당첨 금지 제도를 도입한다는 방침이었으나 법제화 작업이 계속 늦어져 결국 무산됐다.

서울시 주택국 관계자는 "현행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서는 분양주택이 아닌 임대주택에 대해 재당첨 금지를 적용하고 있지 않다"면서 "하지만 시프트는 기존 임대주택과는 다른 성격을 갖고 있어 국토해양부와의 협의를 통해 조만간 재당첨 금지 조항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무주택 서민의 거주 이전 자유를 크게 제한할 수도 있기 때문에 주택 규모,세대주 소득 등 적용 범위를 놓고 좀 더 검토가 필요해 법제화 작업이 다소 늦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처럼 법제화가 지연되면서 경쟁률이 과도하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돼 행정력 낭비는 물론 수많은 청약 대기자들의 불만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마포구 도화동에 거주 중인 직장인 정모씨는 "아무리 무주택자라 하더라도 3억원짜리 전세를 들어갈 수 있는 중산층에게 입지 여건이 좋은 곳을 골라 '시프트 쇼핑'을 할 수 있도록 내버려두는 것은 다른 청약제도에 비교해 형평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편 2007년 송파구 장지,강서구 발산지구에서 첫 공급된 시프트는 2007년 2016세대,2008년 2625세대를 공급하면서 평균 8.5대1의 경쟁률을 보였으며 SH공사는 올해 3175세대,내년 1만2916세대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