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F 통합작업 속도 낼듯

"KT는 한국 정보기술(IT) 산업의 주춧돌 같은 존재다. 공직에서 쌓은 경륜을 바탕으로 IT산업 발전에 이바지하겠다. " KT를 이끌 차기 사장으로 9일 내정된 이석채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밝힌 포부다. 1997년 청와대 경제수석을 끝으로 관가를 떠난 지 11년 만에 국내 1위 통신업체의 최고경영자(CEO)로 화려하게 복귀했지만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다.

구조조정,신성장동력 발굴,해외시장 개척 등 산적한 현안을 서둘러 풀어야 할 만큼 KT의 상황은 절박하다. '비리로 얼룩진 국민 기업'으로서의 이미지도 조기에 회복해야 한다.

이 사장 후보는 예산·재정 등의 분야에서 잔뼈가 굵었지만 정통부 장관 시절 부호분할 다중접속(CDMA) 방식을 세계 처음으로 상용화하는 업적을 쌓았다. 강력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국내 정보화 교육의 큰 축을 담당한 정보화기획실을 신설하는 등 업무 역량도 보였다. 그런 역량을 난마처럼 얽힌 KT의 숱한 과제들을 풀어내는 데 어떻게 발휘할지 관심사다.

이 사장 후보는 KT의 재도약 카드로 자회사 KTF와의 합병을 강하게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KT 사추위 관계자는 "이 사장 후보가 위기에 처한 KT그룹의 돌파구로 합병을 지목했다"고 전했다. 통신 인프라를 장악하고 있는 KT의 이점을 살려 유·무선 통신 거대기업으로 재도약하겠다는 것이다.

이 사장 후보는 KT그룹의 대대적인 조직 개혁 작업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료화된 고질적인 KT의 조직 문화를 일거에 바꾸고 신성장 동력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서다. 유·무선 서비스 구분이 사라지는 세계적 통신시장의 흐름에 한 발 앞서 가겠다는 전략이기도 하다.

꺼져가는 KT의 성장 동력을 찾는 것도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최대 수익원인 유선 전화의 부진을 만회할 구세주가 절박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KT가 사실상 독점해 온 집전화는 휴대폰과 인터넷 전화에 밀려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다.

인터넷TV(IPTV)와 글로벌 사업도 그에게 주어진 중요한 과제다. KT는 지난달 IPTV 상용 서비스를 시작했으나 가입자가 2만여명에 그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CEO의 부재로 투자와 마케팅이 사실상 올스톱 상태였던 탓이다. 최근 알제리의 와이맥스(와이브로) 업체를 인수하려던 계획이 무산되는 등 글로벌 사업도 차질을 빚어 왔다.

이 사장 후보는 다음 달 주총에서 사장으로 선임되기 전까지 서울 시내에 사무실을 내고 후보 자격으로 업무 보고를 받는 등 사실상 경영에 나서기로 했다.

박영태/김태훈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