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단 협약'은 부도난 기업의 처리 방향을 논의하는 채권단 협의와 달리 선제적 금융 지원으로 기업 회생을 꾀하는 긍정적 처방이라고 정부 측은 설명한다. 그러나 대주단 협약을 뜻하는 영어단어인 'debt-rescheduling program(채무조정프로그램)'에는 부도가 날 게 뻔한 기업을 살려준다는 다소 부정적 뉘앙스가 담겨 있다.

외국 경영전문사이트인 비넷(dictionary.bnet.com)에선 "채무조정프로그램은 기업이나 국가 단위에 모두 적용할 수 있다"며 "국가의 경우 대외 채무 상환의 어려움에 봉착한 저개발국들에 적용되며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에서 많이 목격된다"고 기술하고 있다.

옥스퍼드 경제용어사전에선 "명백한 디폴트(default:부도) 외에 다른 수단이 없을 때 채권 금융회사들이 채무조정프로그램을 받아들인다"고 나와 있다. 부도 직전의 기업이나 국가가 채권자들에 요청하고 채권자들 입장에서도 손실을 줄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용인하는 프로그램이라는 얘기다.

세계적 신용평가회사인 S&P 애널리스트 출신의 한 금융전문가는 "건설사가 대주단 협약에 가입할 경우 얻게 되는 이점과 손실을 따져봐야 하지만 해외 수주에선 분명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 입장처럼 대형 건설사를 포함해 일괄 가입하게 되면 신용등급 산출과 관련된 한국 건설업계 전체 점수가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형 건설사 고위 관계자는 "해외 수주전에서 외국 경쟁사들은 한국 업체의 과거 전력(예를 들어 워크아웃)이 나온 기사를 스크랩해서 발주기관 측에 낸다"며 "발주 국가의 담당 공무원을 만나면 한국에 미분양 아파트가 많다고 들었다며 사업 비용에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발주 금액을 깎겠다고 할 정도"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정부와 업계 일각의 대주단 협약 일괄 가입 주장은 상대적으로 견실한 대형 건설사들엔 치명적인 처방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