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도곡동,압구정동,한남동,동부이촌동….

한국경제신문 '머니&인베스팅' 섹션이 지난 6월9일부터 '한국의 부촌' 시리즈를 통해 소개해 온 한국의 대표적인 부자동네들이다. 산업화와 함께 1960년대부터 형성된 한국의 부촌들은 지역만 바뀌었을 뿐 동시대의 서민들로부터 부러움과 시기를 동시에 받는 대상이었다. 이곳을 향한 시선이 부러움에서 비롯된 것이건,시기심에서 기인한 것이건,분명한 사실은 부촌의 존재가 중산층 가정의 '부자되고 싶은 욕구'를 끊임없이 자극해왔다는 것이다. 부자가 되고 싶은 샐러리맨들은 항상 대한민국 대표 부촌들이 어떤 특성을 갖고 있는지를 곰곰히 따져보고 이들 부자동네에 입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부(富)를 축적할 수 있었다.

부자동네를 관통하는 유사점은 무엇일까.

◆높은 대형 가구 비율
한국의 부촌을 통해 소개됐던 부자동네들 가운데 공동주택 위주로 구성된 곳은 대치.도곡동 압구정동 동부이촌동 서초동 등이다.

'명품'을 규정하는 희소성이라는 차원에서 사실 많은 사람들이 한 곳에 몰려 사는 공동주택촌(村)을 명품 주거단지로 보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동네가 명품단지로 꼽힐 수 있었던 데는 다른 아파트 단지에 비해 대형 아파트 비율이 높다는 점을 하나의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최고의 부촌으로 꼽히는 대치.도곡라인에서도 진정한 '왕중왕' 아파트 단지로는 양재천을 따라 줄줄이 위치한 대치동 미도.선경.우성 등 '빅3'와 도곡동 타워팰리스 정도만 손 꼽힌다. 대치동을 대표하는 아파트 가운데 하나인 은마아파트를 부자동네로 선뜻 떠올리기 어려운 것은 1970년 후반에 입주한 노후단지라는 데도 원인이 있지만,102㎡와 108㎡ 등 중형으로만 이뤄진 구성에 더 큰 원인이 있다.

반면 남부순환도로를 사이에 두고 바로 건너편에 위치한 아파트들은 대형 가구비율이 월등히 높다. 은마아파트 바로 건너 편 미도아파트를 놓고 보면 총 21개동 가운데 100㎡대 중형 가구로 구성된 동은 4개동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모두 그 이상 규모다.

같이 한강을 끼고 있으면서 한남대교를 경계로 동네가 나눠진 강남구 압구정동과 서초구 잠원동 사이에 가격격차가 존재하는 것 역시 이 같은 대형가구 수의 비율차이로 분석된다.

◆'끼리끼리' 문화
부촌의 주요 특징 가운데 하나가 '대형 주택들이 몰려 있다'는 점이기 때문에 이들 대형 주택을 매입할 수 있을 정도로 비슷한 규모의 재산을 보유한 사람들이 한 군데 몰려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때문에 아직까지 부자동네에 입성할 정도로 부를 축적하지 못한 중산층에게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부자들이 몰려사는 동네로 가야 한다"고 말하면 "그 동네 집 살 돈이 없는데 뭐 어쩌라구"라는 식으로 냉소적인 반응이 돌아올 수 있다.

그러나 한참 허리띠 졸라 매고 부자의 꿈을 키우고 있는 샐러리맨들이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과 몰려 살다보면,언젠가 예기치 않은 소득을 얻을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목동이다. 1980년대 중반 이후 대규모로 개발된 목동 신시가지 개발 때 실무일을 맡았던 서울시 관계자들은 요즘도 "목동이 지금처럼 집값이 비싸질 줄은 몰랐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당시 목동 신시가지 개발에 참여했었던 시 주택국의 한 관계자는 "목동 개발 초기와 이후 수년 동안 목동은 부촌도 아니었고,부촌으로 성장할 가능성도 별로 없어 보였다"며 "하지만 대치동처럼 교육열이 높은 고소득 샐러리맨 부부들이 몰려들면서 주변환경이 좋아지고 수준 높은 교육시설들이 몰려들면서 지금과 같이 된 것"이라고 전했다.

◆샐러리맨이 부촌 입성하려면
따라서 엇비슷한 수준의 나이대와 재산규모,교육수준 등을 갖춘 주민들이 어울려 사는 동네 가운데 발전 가능성이 높은 저평가 단지를 찾아 선점하는 것은 중산층 가정이 부자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좋은 전략이 된다. 대규모 공급으로 현재 집값이 하향세를 타고 있는 송파구 옛 잠실주공 단지(현 트리지움 레이크팰리스 리센츠 등)라든가,주변 환경이 좋고 대치.도곡동과 양재천을 사이에 두고 붙어있지만,중.소형 위주의 단지구성과 노후화로 인해 상대적으로 집값이 싼 개포동 일대를 우선적으로 공략해 보는 게 부촌 입성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이 때 '반드시 부촌이라고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해둬야 한다. 가격변동이 심하지 않아 부동산 대세상승기에 높은 수익률을 보장받기 어렵다는 것은 부촌의 약점으로 꼽힌다. 1999년부터 시작된 부동산 랠리 때 재건축 단지들이 폭발적인 상승세를 보인 반면 전통 부촌인 서초동 일대 등은 상대적으로 소외를 받았었다.

고준석 신한은행 갤러리아팰리스 지점장은 "전통 부촌들은 가격이 한 번 오르면 잘 빠지지 않는 장점이 있기는 하지만,대세상승기에 가격상승의 '시동'이 걸릴 때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는 단점도 있다"며 "부촌입성을 꿈꾸는 중산층 입장에서는 빚을 많이 끼고 한번에 부촌에 입성하는 전략보다는 옐로 칩 동네를 여러번 갈아타면서 수익률을 높여가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