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 가을 운동회가 열리면 학교 운동장은 함성소리로 가득해진다. 열띤 응원전도 볼거리지만 운동장 위를 수놓은 만국기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운동회 풍경이다.

만국기가 처음 등장한 것은 1851년 제1회 런던 만국박람회(지금의 엑스포)로 알려져 있다. 1889년 프랑스 파리 만국박람회에선 에펠탑에 전등과 국기를 걸어놓고 불을 밝혀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으며 '축제의 기표'로 자리잡았다. 지금도 박람회.운동회는 물론 음식점 신장개업 때도 주위 시선을 끌려고 만국기를 내건다.

만국기가 국내에 들어온 것은 일제 강점기란 설이 유력하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회장(會場)에 장식된 기 장식을 일본이 메이지 중엽 모방해 줄에 종이재질로 된 국기로 장식했다"며 "이것이 개화기 또는 일제강점기에 한국으로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운동회에 만국기를 거는 까닭은 뭘까. 조영경의 '지식충전 잡학사전'(지경사.2007)에선 "운동회는 모든 학생들이 청백으로 나뉘어 게임을 하는 대회로,이는 일제강점기 때 일본식 운동회가 전해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일본식 운동회는 미국의 '플레이 데이'나 영국의 '경기회'와 달리 승패를 중요시 해 올림픽이나 육상경기와 비슷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만국기를 걸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또 다른 이유는 일본의 제국주의를 '찬양'하는 수단이라는 것.한수산의 '벚꽃도 사쿠라도 봄이면 핀다'(고려원.1995)에선 "일본이 만국기를 장식하기 시작한 것은 러.일전쟁 직후 승전을 축하하기 위해서"라며 "섬나라가 강대국 러시아와 싸워 이겼다는 것과 함께 이제 일본도 강대국의 하나가 되었음을 국민들에게 강조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독도와 관련해 논란이 많은 요즘,행사 때 만국기를 거는 것은 재고해봐야 하지 않을까.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