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제2롯데월드 '불가→검토'로 선회했지만…

문민정부,국민의 정부,참여정부에서'불가'방침이 정해졌던 555m짜리(112층)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 신축 문제가 이명박정부에서 '일단 검토'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검토 자체가 신축 허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공군과 국방부가 불가방침을 고수해온 점을 감안하면 적잖은 기류변화라는 지적이다.

국방부는 19일 오전 월요 정례브리핑에서 최근 또 다시 논란이 되고 있는 제2롯데월드 신축 문제와 관련,"다각도로 검토 중"이라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김광우 국방부 군사시설기획관은 "아직 아무 것도 결론난 것은 없지만 국방부와 공군이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7월 국무조정실 행정조정위원회가 논란 끝에 불가결론을 내렸던 것에 비하면 군의 입장이 달라진 셈이다.

국방부와 공군이 검토 방침을 정한 것은 지난달 28일 청와대에서'투자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민ㆍ관합동회의'가 열린 직후부터다.

이 자리에서 이명박 대통령은'제2롯데월드가 건설되면 외국 귀빈을 태운 항공기와 공군기가 서울공항 활주로로 접근할 때 위험할 수 있다'는 이상희 국방장관의 말에 대해,이ㆍ착륙 항로를 변경해 초고층건물을 지은 대만의 예를 들었다.

공군은 즉각 대만의 사례처럼 제2롯데월드와 서울공항 활주로가 일직선상에 놓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 활주로 진입 각도를 변경하는 방안을 시뮬레이션했다.

그러나 공사비가 너무 들어 힘들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설사 활주로를 재설계한다 하더라도 정부가 민간기업의 건물을 위해 활주로 공사비를 예산으로 쓴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는 점도 걸림돌이었다.

공군은 또 서울공항에서 이착륙하는 금강 백두 정찰기와 CN-235 등 수송기를 다른 공항으로 이전하는 안도 고려했으나 항공기를 수용할 격납고와 각종 지원시설을 새로 만드는 데 수천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돼 배제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은 제2롯데월드 예정지는 서울공항을 이용하는 항공기의 계기비행 접근보호 구역(고도 279m)에 들어가 '9ㆍ11 테러'때처럼 항공기가 건물에 충돌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 16일 청와대와 공군,국방부 관계자들이 긴급 대책회의를 가진 뒤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검토할 사안'이라는 데 의견을 모은 것도 공군의 설명에 설득력이 있었던 때문이란 지적이다.

한편 롯데는 국방부와 공군의 의견에 대해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군 당국이 막대한 자금과 많은 기간이 소요되는 일부 항공기 이전이나 활주로 신설 가능성 등을 거론하면서 여론을 앞세워 제2롯데월드 건축 허가를 내주지 않으려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롯데는 "112층 규모의 제2롯데월드 건립이 성남 서울공항의 비행 안전 문제에 영향을 주는지 알아보기 위해 공군의 요구로 두 차례에 걸쳐 미국 연방항공청과 국내 전문기관에 용역을 맡긴 적이 있다"며 "검토 결과 이ㆍ착륙 항로만 약간 조정하면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고 공사에 큰 금액이 들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 측에서는 항공기 이전이나 활주로 신설을 요구한 적이 없는 데도 이전 얘기가 거론되는 것에 대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고기완/이건호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