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영화배급 시장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CJ엔터테인먼트·쇼박스·시네마서비스·롯데엔터테인먼트의 '4강 구도'가 흔들리면서 막강한 자금력을 내세운 통신기업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24일 한국영화진흥위원회의 1분기 국내 배급사별 관객 점유율 조사 결과에 따르면 CJ엔터(20.5%)가 수위를 기록했다.

쇼박스가 16.7%로 2위,싸이더스FNH가 12.2%로 3위를 각각 차지했다.

CJ엔터는 '대박'을 터뜨린 영화는 없었지만 '무방비도시'(161만명) '바보'(97만명) '숙명'(75만명) 등 15편으로 1분기에 관객 730만여명을 동원했다.

2분기부터 '좋은 놈,나쁜 놈,이상한 놈' '강철중' '신기전' '모던보이' '인디아나 존스:크리스탈 해골의 왕국' '쿵푸팬더' 등 기대작이 잇달아 개봉될 예정이어서 올해도 1위 수성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쇼박스는 올해 최고 흥행작인 '추격자'(472만명) 등 6편만으로 594만명을 불러모아 가장 실속 있는 성과를 거뒀다.

한국 영화 점유율에서는 26%로 CJ엔터(21.9%)를 앞질렀다.

앞으로 '님은 먼 곳에' '적벽' 등의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배급한 '세븐 데이즈'의 흥행 성공으로 주목받았던 프라임엔터테인먼트는 1분기에도 149만명을 모은 '더 게임' 덕분에 8위를 차지했다.

반면 롯데엔터와 시네마서비스는 '몰락'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았다.

롯데엔터는 관객 점유율 5%로 간신히 10위에 올라 체면치레는 했다.

하지만 작년 같은 기간에 5위였던 것을 감안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명장' 등 기대작들을 여러 편 배급했지만 10위권에 드는 흥행작은 한 편도 내지 못했다.

강우석 사단의 시네마서비스는 배급업을 축소하면서 아예 '톱 10' 순위에조차 들지 못하는 수모를 겪었다.

기대했던 '뜨거운 것이 좋아'는 관객 59만명에 머물렀다.

시네마서비스가 배급 쪽에서 다시 이름을 알리기는 당분간 힘들어 보인다.

배급 시장에 뛰어든 통신 대기업들의 위력은 예상만큼 컸다.

KT의 자회사이자 메이저 영화제작사인 싸이더스FNH는 배급업 진출 첫 시즌인 올 1분기에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404만명)을 앞세우며 단숨에 3위 자리를 꿰찼다.

당초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제작한 MK픽처스는 배급까지 할 계획이었지만 자금 사정 등으로 배급권을 싸이더스FNH로 넘겼다.

자본의 힘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다.

SK텔레콤 역시 '원스 어폰 어 타임'(156만명)으로 9위에 올라 이들이 배급 시장을 장악할 것이라는 전망을 확인시켜줬다.

영화진흥위원회 영상산업정책연구소의 김현정 연구원은 "SK텔레콤 등 통신 대기업들이 아직 CJ엔터와 쇼박스의 아성을 넘기에는 부족하지만 대단한 기세인 것만은 분명하다"며 "배급 노하우만 쌓이면 이들의 자본력이 더 큰 힘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