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위원회가 어제 신용불량자 등 금융소외자에 대한 대규모 신용사면 방안을 대통령직 인수위에 보고했다고 한다.

이명박 당선인의 대선 공약을 실천에 옮기기 위한 기본 틀이 제시된 셈이다.

인수위는 우선 일정 규모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신용회복기금을 설치하고 이를 통해 금융소외자의 채무 부담을 재조정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신용불량자들이 짊어지고 있는 고금리 사채를 금리 수준이 낮은 정상대출로 전환함으로써 채무자들의 상환 부담을 덜어주자는 것이다.

특히 채무액 500만원 미만의 생계형 신용불량자에 대해서는 연체 기록 자체를 말소(抹消)하는 등의 획기적 신용사면 계획도 추진할 예정이라고 한다.

금융소외자(신용등급 7~10등급)가 720만명에 이르고 채무액 500만원 미만의 생계형 신불자만도 240만명에 달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신용 사면의 필요성 자체를 부인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신불자들이 정상적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이들에게 재기(再起)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저임금 직종의 인력난 해소, 소비경제 활성화 등에도 상당한 도움을 줄 게 틀림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용사면은 결코 반길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남의 돈을 쓰고도 제대로 갚지 않아 신용불량에 빠진 사람들을 정부가 전면에 나서 구제해 준다면 그렇지 않아도 심각하기 이를 데 없는 우리 사회의 도덕적 해이를 더욱 부추기게 될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빚을 완전 탕감(蕩減)해주는 게 아니라 금융권 대출로 전환하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도덕적 해이 측면에서는 크게 다를 바 없다.

과거의 신용불량자 구제 조치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점이나 금융회사들이 리스크 관리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점도 고려되지 않으면 안된다.

돈이란 쓰기는 쉽지만 벌기는 어렵다.

돈을 빌려 사용하면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함은 상식이다.

또 이는 우리 사회의 신용질서를 지탱하는 기본 틀이기도 하다.

따라서 남의 돈을 쓰고도 책임을 다하지 않은 사람들을 사면하는 것은 정말 신중을 기하지 않으면 안된다.

대선 공약사항이라 실천이 불가피하다 하더라도 그 폭은 최소한의 수준에 그쳐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