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독신..시험관시술로 임신, 31일 딸 출산

국내에서 유명인으로는 처음으로 '미스맘'의 길을 선택하며 화제를 모은 방송인 허수경(40)이 드디어 자연 분만으로 예쁜 공주님을 얻었다.

황금돼지의 해인 2007년 마지막 날 그는 건강한 딸을 분만하고 꿈에도 그리던 엄마가 됐다.

허수경의 출산은 누가 아빠인지, 그리고 '생물학적 아빠'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혼이나 사별로 홀로 아이를 낳게 된 상황이 아니라 정자를 기증받아 시험관아기 시술을 통해 임신했기 때문이다.

그의 임신 사실은 7월에 세상에 알려졌다.

당시 임신 5개월째였던 그는 "세 번의 시험관아기 시술 끝에 임신에 성공했다"고 당당하게 밝히며 "새 생명의 앞날도 있으니 아이의 아버지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얘기할 수 없지만 여러분이 짐작할 수 있게 말씀을 드리면, 생물학적 아빠는 중요하지 않고 아기가 100% 나만 닮아서 태어나길 바라는 그런 상태"라고 말했다.

아이를 가진 것이 온전히 자신의 의지에 따른 것임을 강조한 것. 그렇기 때문에 정자 기증자의 신원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는 지난해 7월 배우 백종학과 두 번째 이혼을 한 후 지금까지 혼자 살고 있다.

그는 당시 "두 번의 자궁외 임신과 두번의 인공수정 실패 이후 내게는 행복한 가정을 일구거나 아이를 낳고 살아가는 행복은 주어지지 않는구나 생각했다.

그래서 많이 힘들었는데 어느 순간 생각해보니 난 남자 없이도 살 수 있는 능력이 있는데 그것만으로도 행복한 사람이 아닌가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가 아빠 없이 살아갈 시간을 생각하면 내 선택만으로 해서는 안될 일인 것 같아 임신을 하기 전에 아이한테 너무너무 물어보고 싶었다.

방법은 기도밖에 없어서 '정말 아이를 원하는데 신의 계획에 합당하다면 주시고 그렇지 않다면 실패하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했다"고 차분하게 말했다.

임신 사실이 알려진 후 허수경은 주변의 축복 속에서 방송 활동을 당당하게 해나갔다.

보수적인 한국 사회의 변화를 온몸으로 증명한 그는 "앞으로도 결혼할 계획이 없지만 아이를 혼자서도 잘 키우겠다"고 밝혔다.

그의 '미스맘' 선택은 현대사회 여권의 신장과 관련해 많은 점을 시사한다.

육아를 홀로 책임질 수 있을 만큼 여성의 사회ㆍ경제적 지위가 향상됐음을 뜻하는 동시에 결혼으로 이뤄진 전통적인 가부장적 가족 제도가 완벽하지 않음을 예고한다.

단일민족을 내세웠던 우리 사회가 다문화가정의 출현으로 변화를 겪는 것과 맞물려 견고한 혈연 중심의 가족제도 역시 다양한 형태로 다원화될 수 있음을 제시한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많은 성공한 싱글 여성들이 "결혼은 안 해도 좋으니 아이는 꼭 낳고 싶다"는 바람을 밝히고 있다.

물론 이들 여성의 경우 아직은 우리 사회에서 아버지 없는 아이를 낳는 부담이 크기 때문에 인공수정이나 시험관아기보다는 입양을 선호하고 있지만 허수경을 시작으로 변화는 시작됐다.

여성문제 전문가들은 여성들의 이러한 당당한 선택에 대해 "결혼으로 얻는 남편과의 동지적 유대감보다는 부모 자식 간에 생기는 결속감이 더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허수경의 선택은 호주제의 폐지와 맞물려 매우 의미심장하게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호주제를 대체해 내년 1월1일부터는 가족관계등록부 제도에서는 자녀가 어머니의 성을 따를 수 있다.

이에 앞서 김혜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허수경씨 사례는 가족의 경제를 책임지느라 빚어진 아버지의 공백 문제를 피할 수 없다면 차라리 어머니가 아버지 역할까지 할 수 있는 '미스맘'의 등장을 예고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