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에서 테마의 위력은 해를 거듭하면서 약해지는 추세다.

2005년 바이오 테마주가 폭발적인 시세를 낸 데 비해 지난해는 뚜렷이 기억나는 테마가 없는데서도 확인된다.

이는 한국증시가 '고위험 고수익'의 신흥시장에서 벗어나 선진시장으로 진입중이라는 신호이기도 하다.

인터넷 등의 발달로 투자주체간 이른바 '정보의 비대칭성'이 완화되고 있는 점도 테마투자의 위력을 반감시키는 요인이다.

하지만 '미래의 꿈'을 먹고 사는 증시에서 테마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약방의 감초'이기도 하다.

특히 실적이 뒷받침되는 테마주를 잘 고른다면 높은 초과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게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는 매력으로 꼽힌다.

◆ 올 최대테마는 M&A(인수·합병)ㆍ 펀드 수혜주

올해는 외환위기 이후 진행된 기업구조 조정이 마무리되는 해로 평가된다.

현대건설 대우조선해양 대한통운 등 성공적인 구조조정 작업을 거친 많은 대어급 상장사들의 새 주인을 찾는다.

김동욱 CJ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채권단이나 대주주가 지분매각을 추진중인 종목들이 테마를 형성하며 높은 가격에 거래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주인이 바뀐 LG카드와 대우건설 사례에서처럼 시장점유율이 높고 경쟁력을 갖춘 피인수기업은 높은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어서 거래되게 마련이다.

경영권 분쟁이 진행되고 있거나 가능성이 언급되는 기업,대주주 지분율이 낮은 반면 외국인 보유주식이 많은 기업도 M&A테마군으로 분류된다.

대신증권은 "1980~1990년대 미국 증시의 강세 요인중 하나로 M&A가 꼽힌다"며 "한국에서도 M&A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기업의 생존전략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펀드자본주의 시대 본격 개막도 뚜렷한 테마를 형성할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해 '장하성 펀드'의 입질로 여러 종목이 급등했듯이 주주행동주의에 기반한 펀드자본주의는 올 한 해 더욱 기승을 부릴 전망이다.

펀드들이 선호하는 종목의 약진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특히 사회책임투자(SRI)펀드가 하나의 흐름을 형성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오주식 교보증권 스트래티지스트는 "투자기준으로 기업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과 사회적 책임 등을 따지는 SRI펀드의 시장 규모가 올해 1조5000억원에 달하며 편입 가능성이 높은 종목들이 빛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국민연금 등 대규모 기관투자가들이 안정적인 자산운용을 위해 SRI펀드 투자를 늘리고 있어 관련종목이 부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 나노 기술·신규 통신서비스 등도 후보군

차세대 기술변화의 중심에 서 있는 나노기술 관련주도 올해 테마주로 각광받을 것이란 분석이다.

나노기술은 원자 분자 등 극미세 영역을 제어하고 응용하는 기술을 총칭하는 용어다.

국내에서도 2001년 이후 나노기술 관련사업에 집중 투자가 이뤄져 기술진보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 하이닉스 주성엔지니어링 등이 반도체 관련 나노기반기술을 갖고 있으며 일진다이아도 나노기술관련 자회사를 보유중이다.

또 고속이동중 무선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HSPDA(고속하향패킷접속) 서비스가 본격화되면서 관련주도 테마 형성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김익상 CJ투자증권 연구원은 "HSPDA 서비스는 올해 전국으로 확대 실시될 예정"이라며 "관련종목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윈도비스타,UCC(사용자 제작콘텐츠),IP(인터넷) TV 등도 올해 본격적으로 시장이 형성되고 테마 후보로 주목된다.

이밖에 전통적인 테마군인 자산주와 턴어라운드주,지난해 쌍춘년의 결혼 러시에 이어 올해 황금돼지해 출산붐이 예고되면서 출산·유아용품종목도 테마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