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시작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2차 협상을 앞두고 이정우 전 청와대 정책실장,박태주 전 청와대 비서관 등 노무현 대통령의 전·현직 측근 인사들이 줄줄이 한·미 FTA 반대 운동에 동참해 주목된다.

이미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이 정부의 한·미 FTA 추진을 맹비난해온 터여서 노 대통령의 한·미 FTA 추진 의지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사회경제학회는 6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 달개비(옛 느티나무카페)에서 '한·미FTA 협상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견해'라는 성명서를 내고 "한·미 FTA는 한국 사회의 미래와 국민 생활의 기본적인 틀을 뒤집을 만큼의 중대한 국정 사안이지만 정부는 미국의 시간표에 얽매여 졸속으로 추진하고 있다"면서 "협상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한·미 FTA는 한국의 제도와 관행을 미국식으로 뜯어 맞춰야 하는 불평등한 경제 협정이 될 것"이라며 "긍정적 효과는 미약한 반면 부정적·파괴적 효과는 엄청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날 성명에는 이정우 전 정책실장과 박태주 전 비서관 외에도 홍장표 대통령 인수위원회 위원,김유선·박진도·이병천 청와대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 등 전·현직 참여정부 인사가 대거 참여했다.

이들은 대부분 변형윤 서울사회경제연구소 이사장,주종환 참여연대 사회연구소 이사장,김수행 서울대 교수 등 원로 학자들과 변 이사장의 후학들로 구성된 분배 중심의 '학현학파' 경제학자다.

성명서 작성을 주도한 홍장표 부경대 교수(경제학부)는 "서명하신 분들은 모두 성명서를 꼼꼼히 읽어보시고 서명했다"면서 "이정우 실장도 같은 의견이니까 서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정책실장은 청와대에 있을 당시부터 FTA에 반대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태인 전 비서관은 FTA 추진 결정과 관련,"이정우 선생과 나는 도저히 막을 수 없었고,그런 로비와 압력이 다 386들을 통해서 올라온다"고 말한 적이 있다.

한편 윤석원 중앙대 교수 등 농업경제학자 45명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한·미 FTA는 한국 농업의 뿌리를 뒤흔들고 농촌지역사회의 붕괴를 초래할 것"이라며 한·미 FTA 협상 중단을 촉구했다.

천주교와 기독교,불교,원불교 등의 10개 환경단체가 참여하는 종교환경회의도 이날 명동성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FTA 협상 중단을 촉구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